
영남지역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한달이 됐다. 수백년 삶의 터전과 수십년 가꿔온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관들이 함께 산불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재민에 대한 대책과 장마철을 앞두고 2차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영남지역의 산불은 40년 경력의 필자도 처음 경험하는 도깨비 산불, 초대형 산불, 그야말로 ‘극한산불’로, 이를 교훈 삼아 그동안 수립했던 대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형 그린 시프트(green shift)로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대형 산불 재난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유엔(UN·국제연합)도 5단계 산불 대응책을 내놨다. 과거의 산불에 대한 ‘검토 및 분석’을 시작으로 ‘위험 감축’ ‘준비성’ ‘대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복구’다.
우리도 이러한 원칙을 참고해 산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위험 감축 및 예방 단계’다. 자연적인 요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위적인 요인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산불 유무를 감시 판독하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산악 기상 관측망, 산불 상황 관제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원인별로 예방 대책을 철저히 추진해야 한다. 솎아베기와 가지치기 등 숲 가꾸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산불로 번지는 연료를 사전에 줄여야 한다.
둘째, ‘진화 및 대피 단계’다. 산불이 나면 ‘초동 진화’가 중요하다. 공중과 지상에서 산불을 진화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산불 신고 후 50분 이내에 투입할 수 있는 대형 헬기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지상 진화를 위해서는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을 확대해야 한다. 전문 진화 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 내년 2월부터 새로 시행되는 ‘산림재난방지법’에 따라 산불, 산사태, 산림 병해충 등 3대 산림재난을 통합해 연중 활동하는 ‘산림재난대응단’ 운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상 진화를 위해서는 임도(林道)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임도관리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2020년부터 지방 사무로 전환된 임도사업을 ‘국가 사무’로 환원해야 한다. 사유림에 임도를 설치할 경우 재난 관리 차원에서 국가가 전액을 지원해야 한다. 국립공원에도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인도를 개설해야 한다.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해 ‘긴급 대피 체계’를 바꿔야 한다. 오지 마을마다 ‘실내 스마트 방송시스템’을 도입하고 집 안에서도 긴급 대피 방송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로, ‘복구·복원 및 이재민 지원 단계’다. 인명과 재산 피해, 산림에 대한 복구와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불 피해지는 전문가와 지자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2차 피해가 없도록 응급 복구와 항구 복구로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 산불은 ‘사회재난’이란 이유로 산림 소유자와 임업인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 강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 등 기후변화를 고려하면 이제 산불은 사회재난일 뿐 아니라 ‘자연재난’도 된다. ‘복합재난’이라는 점에서 지원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임업인의 숙원 과제인 ‘임목(林木)재해보험’을 도입해야 한다. 임산물재해보험 대상 품목도 현실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
산불 대책은 국가안보와 사회안전 차원에서 범정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수립된 대책이 실행력을 가지려면 관련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후속 조치를 기대해본다.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