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코디 폰세(31)는 15일 인천 SSG전 7이닝 무실점하며 삼진을 12개나 뽑아냈다. KBO 입성 이후 자신의 1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새로 세웠다. 경기 후 폰세는 ‘이전에도 12삼진을 기록한 적이 있느냐’는 말에 “솔직히 어제 일도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웃어넘겼다. ‘KBO 역대 외국인 투수 1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 14개’라는 말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팀 동료인 류현진(38)의 이름을 꺼냈다.
폰세는 “류현진의 1경기 17탈삼진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 (삼진 관련) 목표는 딱 그거 하나”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2010년 5월11일 대전 LG전 9이닝 완투승을 올리며 삼진 17개를 뽑아냈다.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정규이닝 기준 KBO 1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1991년 해태 선동렬의 1경기 최다 18탈삼진 기록은 13이닝 동안 세운 기록이다.
폰세가 류현진의 기록을 알게 된 건 최근 일이다. 폰세는 “기록을 알고 난 뒤부터 류현진과 계속해서 그 얘기를 하고 있다. 류현진에게 ‘꼭 네 기록을 깨겠다’고 했더니 ‘행운을 빈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폰세는 한화 입단 직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류현진을 향한 경외심을 드러내 왔다. 지난 2월 호주 멜버른 캠프에서도 ‘팬심’을 감추지 않았다. 폰세는 LA 다저스 시절과 토론토 시절 류현진의 유니폼을 모두 다 사놨다고 했다. 여기저기 문신이 많은데, 등에다가는 류현진의 등번호인 ‘99’를 새기고 그 아래 직접 사인을 받고 싶다고도 했다. 당시 폰세는 “류현진이 2019년에 평균자책 2.32로 1등을 하지 않았나. 정말 대단한 투수다”라고 했다. 그는 낯선 땅에서 외국인 선수로 산다는 게 경기장 안팎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류현진을 더 존경한다고 했다. 폰세는 한화로 오기 전에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3년을 뛰었다. 외국인 선수의 고충을 그만큼 잘 안다.
폰세 뿐 아니다. NC 라일리 톰슨은 지난 10일 수원 KT전 14탈삼진으로 KBO리그 외국인 투수 1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을 세웠다. 류현진의 17탈삼진 기록에는 3개가 모자랐다. 경기 후 라일리는 류현진의 기록을 듣고 ‘그는 전설’이라며 기록에 다가간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했다.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류현진의 생일이기도 했던 지난달 25일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에서 이긴 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베테랑이다. 그래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표현 방식은 달라도 류현진을 향한 ‘리스펙트’는 같았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11시즌 동안 78승에 평균자책 3.27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 1위에 올스타전 선발투수 경력까지 갖췄다. 지금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누구를 갖다 대도 류현진의 업적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외국인 투수들이야 말로 류현진의 커리어가 얼마나 위대한지 더 잘 안다고도 할 수 있다. 미국 야구를 어릴 때부터 경험해 왔고, 빅리그가 얼마나 험난한 무대인지 절절히 느껴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쌓은 업적뿐 아니다. 지금 기량으로도 류현진은 여전히 남다른 투수다. 폰세는 “류현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괴물’ ‘짐승’ 같은 투수라고 할 수 있다”며 “류현진이 선발로 나갈 때마다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