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2.0% 올라 ‘먹거리 인플레’ 공포
라면·김치찌개 가격 인상 사라지는 ‘서민 간식’
“외식도, 집밥도 모두 부담스러워”
고환율, ‘기후인플레이션’ 변수 작용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배추와 무 등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가 싶더니 최근 라면, 스낵 등 각종 먹거리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물가 역시 좀체 완화되지 않는 가운데 비교적 저렴한 값에 해당했던 김치찌개 백만마저 8000원대로 진입하면서 서민들 부담을 키우고 있다.
원재료가·환율 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생산·수급 변동 등이 주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그야말로 생존과 직결되는 식(食)생활부터 식품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채소부터 가공식품까지 줄인상…1년 새 2.0%↑
소비자들의 밥상 물가가 심상치 않다. 불과 1년 사이 2.0% 오르면서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소비자물가지수는 126.45로 전년 대비 2.0% 올랐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5.89, 2022년 112.15, 2023년 118.29, 2024년 122.87로 해마다 오르고 있다. 올해도 1월 125.13로 집계됐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올초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빵·곡물, 커피·차·코코아 등의 가격이 대거 인상됐다. 지난달 빵 및 곡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2.29로 1년 전 118.98 보다 2.8% 인상됐으며 커피·차·코코아는 지난해 124.56에서 132.24로 크게 올랐다.
농산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채소 및 해조 소비자물가지수는 134.13으로 1년 전(130.27) 대비 3.0% 올랐다. 특히 농축수산물 중 무(89.2%)와 배추(65.3%), 당근(59.6%)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상승했다.
과자, 빙과류 및 당류도 123.26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120.18)과 비교해 2.6% 상승한 수치다. 실제로 올해 초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물론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도 가격을 인상했고,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 업계도 빵·케이크 등의 가격을 평균 5%~5.9% 올렸다. 또 이달 들어서는 라면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문제는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또다른 업체도 제품 가격을 올려 도미노 인상이 예고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오르지 않은 것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치찌개 백반 8500원’…‘서민 간식’ 라면 옛말
외식물가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집에서 밥을 먹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나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살펴보면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와 외식 물가지수는 각각 2.9%, 3.0% 올랐다.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2.0%)를 웃도는 수치다.
결국 김치찌개 백반 8500원, 라면값 1000원대 시대가 도래했다. 서민 음식 김치찌개, 라면은 옛말이 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대표 메뉴 중 하나인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올해 1월 8269원에서 지난달 8500원으로 231원 상승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금도 라면 가격이 저렴한 건 아닌 것 같다. 보통 대형마트에서 할인하거나 1+1 등으로 묶음 판매할 때 많이 사다 놓는다. 또 예전에는 재료를 구매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면 이제는 나가서 사먹는 것과 집에서 차려먹는 게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韓, 먹거리 수입 의존 높아…고환율, 기후변화 변수
먹거리 가격 인상은 원재료가 상승과 고환율이 크게 좌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우리나라의 경우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환율이 오를수록 먹거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탄핵 정국으로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관세전쟁까지 합세해 환율마저 오르면서 원재료 수입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기후변화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기후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됐다. 기후인플레이션은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발생해 농작물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생산물이 감소, 식료품 물가가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온상승은 단기적으로 국내 인플레이션의 상방압력을 높인다. 특히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는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점진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온난화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1℃ 기온 상승 충격이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해 분석했을 때 1년 후 농산물 가격 수준은 2%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식비 부담 저소득층일수록 커…“경제주체 인플레이션 관리해야”
최근 의식주 중 가장 큰 비상이 걸린 건 단연코 식(食)이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저소득층일수록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시급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연간 지출)를 살펴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의 식비는 월평균 43만4000원이다. 1분위 식비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31만3000원, 2020년 34만2000원, 2021년 37만6000원, 2022년 39만9000원, 2023년 40만6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불과 5년 새 12만1000원(38.6%) 오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후플레이션 문제와 맞물려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후에 적절한 농작물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기후플레이션 문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전세계적인 기후리스크에 대한 공동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정부는 국내 기후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에 힘쓰고 중앙은행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변동이 전반적인 물가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