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로컬에서 4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2024-07-24

서울 토박이가 로컬에 내려온 지 4년, 친환경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로컬에서 시작하는 새벽배송 유통사업의 가능성도 엿봤다. 수도권이 아닌 농촌에서도 청년은 성장할 수 있고 도시의 직장생활, 창업 못지않은 현실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청년들을 불러모으는 일을 시작했다.

누구나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동안 오롯이 일과 활동에 집중한 ‘빡센’ 삶을 살아 왔다. 밤새 밀키트를 포장해 납품하고 새벽배송을 테스트하기 위해 팀원과 밤새 배달을 다녔다. 이후 지역의 좋은 팀과 연계해 배송시스템을 넘겼지만 내가 잘 알아야 일을 맡길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팀’이 먼저 그 일을 수행했다. 그리고 새로운 청년들이 찾아오면 그 고민의 깊이를 알기에 밤 늦게까지 로컬의 삶과 창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보니 일은 막힘없이 정말 잘돼가는 듯했다.

경기가 어려워 식품사업은 잠시 멈췄지만 다른 일도 계속 들어오고 불러주는 분들도 많아졌다. 자연스레 일은 더 많아지고 함께하는 청년들도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일에 몰입했던 그 시간들은 얼마 전까지 전혀 힘들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나의 취미와 가정생활·친구 등 모든 걸 제쳐 두고 살았던 지난 시간, 성과는 많았지만 삶은 다소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번아웃과 함께 잠시 기억을 잃고 쓰러지는 일을 겪었다. 사전에 몇번의 신호는 있었지만 이를 간과하고 넘어갔던 것들이 큰 패착인 듯하다.

‘갓생’이라는 말이 인기일 정도로 누구보다 현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이 많기에 이 이야기가 농촌 청년의 자조 섞인 푸념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번쯤 그 속도와 일상의 삶을 점검해보기를, 그리고 동지가 있으니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평소 멘토로 생각하는 창업가 권도균 대표의 SNS에서 “안정된 일상의 삶을 바탕으로 좋은 사업이 태어난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그 글의 의미가 마음에 크게 와닿는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물론 고마운 팀원들 덕분에 일은 지속하며 속도를 조정하고 있다. 2024년은 어떤 삶을, 어떤 속도로 살 것인지 재조정하고 현명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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