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눈깔 팠다…뭔진 알아요?” 초짜 변호사 꽂힌 마약판 ‘야당’

2025-09-01

‘마약 전문 변호사’라고 내 소개를 하면 거의 열에 아홉은 궁금해한다.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말이다. 나의 이야기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하고 서초동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었다. 경험도 인맥도 부족한 초보 변호사였다. 개업은 했지만 사건이 들어올 리 만무했다.

전화를 받는 날보다 울리지 않는 날이 많았다. 매달 돌아오는 결제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목을 죄어왔다. 그나마 사무실 주변을 오가다 알게 된 의뢰인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민사나 가사 사건이어서 형사 사건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사건이 없다면, 내가 사건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형사 사건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국선변호사를 신청했다.

# 마약판의 브로커 ‘야당’

내 첫 의뢰인은 30대 초반의 마약사범 김해일(가명)이었다. 그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서울구치소 변호인 접견실에서 만난 그는 마약범에 대한 모든 편견을 깨트렸다. 마약을 하는 사람이라면 말투나 행동이 평범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해일은 거칠기는커녕 밝고 쾌활했다. 태도도 싹싹하고 공손했다.

해일은 초보 변호사에게 각종 마약 은어부터 마약 사건이 돌아가는 메커니즘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모르겠는데, 눈을 찔렀다는 뜻일까요?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마약을 판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떤 놈이 ‘나 해일한테 마약을 샀다’며 거짓말하고 뒤집어씌웠다면? 그럴 때 ‘생눈깔을 팠다’고 해요.

해일이 알려준 은어 중에 특이한 것이 있었다. 바로 ‘야당’이었다. 정치권에서 쓰는 ‘여당’ ‘야당’의 야당이 아니었다. 이 낯선 용어는 무엇일까?

해일은

라고 말했다.

‘마약판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마약하는 놈, 잡는 놈, 그리고 그 둘을 엮어주는 놈.’

최근 개봉한 영화 ‘야당’에 나오는 대사다. ‘야당’은 마약하는 놈과 수사기관을 엮어주는, 일종의 마약판 브로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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