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복무기간에 의정갈등 여파로 현역병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의대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제도 존속을 위해서라도 복무기간 단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회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중보건의사 제도 유지를 통한 의료취약지 보호라는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군 복무 기간 단축"이라고 주장했다.
공보의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 주민에게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반의, 전공의,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중 군 입영 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역 대체복무 제도다. 1979년부터 46년 동안 변화 없이 36개월(훈련기간 1개월 제외)의 의무복무기간을 유지한 결과 육군 현역병 복무기간인 18개월의 2배에 달한다.
이 회장은 "군복무 단축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그에 따른 입법 절차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며 "마지막 연차에 근무하고 있는 저를 포함해 현재 복무 중인 대부분의 공중보건의사들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걸 잘 안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공보의 복무 기간을 현행대로 유지하면 제도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며, 지역 의료취약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명감 때문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2024년 7월 의대생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를 들어 "공보의 또는 군의관으로 복무를 희망하는 의대생은 29.5%에 불과하다"며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의대생의 99%가 복무 기간을 문제라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면 공보의로 복무하기를 희망하는 의대생의 비율은 94.7%로 증가하며, 현역 및 기타 입영 방법에 대한 선호도는 5.3%로 낮아진다"며 "복무기간 단축을 통해 공보의와 군의관 제도를 모두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보의 복무기간을 현행보다 1년 이상 짧은 2년으로 줄이더라도 공보의 배치기준을 손질하면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보의협에 따르면 전국 1228개의 보건지소 중 791곳(64.4%)은 일평균 5명 이하의 환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일평균 3명 이하의 환자를 보는 곳은 524곳(42.7%), 일평균 1명 의 환자도 채 보지 않는 곳이 170곳(13.8%)으로 나타났다. 전국 1275개의 보건지소 중, 반경 1km 이내에 민간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보건지소는 총 526곳(41.3%)였으며, 반경 4km까지 확대할 경우 818곳(64.2%)가 최소 한 개 이상의 민간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보의 수를 늘리는 대신 인접한 민간의료기관과 약국과의 거리, 환자 수 등을 파악해 적정 배치 기준을 수립할 경우 지역의료 공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는 작년까지 공보의 배치 시 광역시, 인구 30만 이상 도시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굉장히 추상적인 수준의 지침만을 두고 있었다"며 "올해 새롭게 도입된 보건지소와 민간의료기관과의 거리, 월평균 환자 수 등의 데이터는 모두 협회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듭된 협회의 문제 해결 촉구에도 요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복지부를 보면 공보의 제도 존속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공보의 제도에 대한 단기계획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