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주주총회 관련 입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포 후 이르면 내년부터 전자 주주총회가 본격 시행될 전망이지만, 업계에서는 '의무화'보다 '자율 선택'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통과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은 일정 자산 규모를 충족한 상장회사는 기존 대면 소집과 더불어 의무적으로 전자 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주주의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쟁점은 '의무화' 여부다. 업계는 주주총회가 회사 경영 핵심 의사결정 수단인 만큼, 회사 상황과 업종, 주주 구성과 성향, 안건 내용, 주주제안 유무 등에 따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크다고 해서 주주 수가 반드시 많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의무화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병행형 전자주주총회가 주주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말했다.
오히려 규제 준수 부담만 가중되고 단순한 전자투표조차 활성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정기주총에서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 시스템 이용률은 지난해 11%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병행형 대신 완전대체형 전자주주총회가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장과 온라인 중복 시스템 운영이 필요 없어 기업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효성을 높인다는 근거다.
업계에선 기술적·제도적 과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특정 다수 회사와 주주들이 동시에 전자주총을 원활히 시행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통신장애나 해킹 같은 기술적 오류로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의사진행이나 결의 방법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해석이 불분명해 결의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대통령 권한대행 거부권 행사 여부는 주요 변수다.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법안 시행이 지연돼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상법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지난 13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에게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다만,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당의거부권 건의에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시행 시기와 의무 대상 기업 선정 기준 등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과거 사례들로 보면 자산 규모 기준은 2조원 정도가 될 것이란 게 업계 주된 관측이다. 기업지배구조공시 의무, 여성 등기임원 선임 의무화 등도 현행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