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게임 확률 미표기 시정명령에 7개월 소요
해외 게임사 배짱 대응이 주 원인이지만
문체부, 의견 제출 기간만 5개월 이상 둬
"모바일 게임 PLC 짧아…빠른 시정조치 필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둔 국내외 게임사 간 역차별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해외 게임사 단속에 긴 시간이 걸리는 점을 악용, '배짱 대응'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이들을 제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제품수명주기(PLC)가 짧아 초반에 매출이 쏠리는 모바일 게임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속도감 있는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를 위반한 게임 '메템사이코시스'는 7개월이 넘는 시정 조치 기간을 거쳐 지난 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와 의논해 시정 관련 절차를 밟게 된다.
해당 게임은 홍콩에 소재지를 둔 중국계 게임사 '로머플랜'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국내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7일 게임 내 고급 보석상자(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이 미표시돼 있다는 이유로 처음 민원이 접수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의무를 위반한 해외 게임사에 대해 공개 시정명령을 내린 첫 사례지만, 업계에서는 처분까지 걸린 기간이 상당하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국내 업체는 규정 위반이 알려지는 즉시 게임위 조치 선에서 처리되는 반면, 해외 게임사는 처분 절차가 진행되는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게임을 서비스하며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하지 않은 게임사는 총 3단계의 시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가장 먼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시정요청이 이뤄진다.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시정권고가 이뤄진다. 이때부터 소관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옮겨간다. 시정권고에도 응하지 않으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메템사이코시스에 대한 시정 조치가 오래 걸린 배경으로는 로머플랜의 배짱 대응이 지목된다. 이들은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면서도 법을 어기고도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지도 문건을 송달받을 회사의 주소 등도 확인할 수 없어 관보에 게재하는 식으로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에 대한 사전통지가 이뤄졌으며, 그간 어떠한 시정 노력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절차상의 이유로 해외 게임사 단속에 긴 호흡으로 접근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시정권고와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게임사에 의견 제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메템사이코시스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6월 20일 시정권고 요청을 받은 후 6월 25일 시정권고 전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연락이 닿지 않자 8월 19일 EMS(국제특급우편)를 거쳐 9월 26일 시정권고 전 의견 제출 요청을 관보에 게재했다. 한달이 지나 10월 25일 관보로 시정권고를 통보했고, 또 한 달이 지난 11월 25일 시정명령 전 의견 제출을 관보에 게재하며 한 번의 기회를 더 제공했다. 종합하면 5개월 가까이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정부가 외국계 회사에 시정권고나 시정명령을 내릴 경우 절차상의 흠이 없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절차를 간소화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제38조 11항을 근거로 여러 국내외 불법 게임 및 사이트를 시정 및 차단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제7항부터 제9항까지에 따른 시정권고나 시정명령의 대상이 되는 자에게 사전에 의견 제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 다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다음 각 호는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한 경우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 ▲명백한 의사로 의견제출을 포기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의견제출을 지연하는 경우 등이다. 메템사이코시스의 사례는 세 번째 호에 충분히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유정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 국외 사업자의 연락두절은 명백한 불법사안이고, 의견 제출을 두어 불법 행위를 하는 사업자에게 영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산업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며 이용자에게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외 게임사들의 경우에는 환불 없이 '먹튀' 행위를 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게이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처분이 보다 속도감 있게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