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동기 이식환자도 MRI 검사…‘전자파 공포’는 지난 일

2025-08-01

오일영의 즐거운 건강

지난 3월에 위험한 부정맥 중 느린맥, 빠른맥에 대한 치료로 심장 내 삽입하는 전기장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했었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구형 심박동기의 국내 삽입률은 2021년 기준 100만 명당 73.6명이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이 364명, 중국은 63.3명이다. 기대 수명의 증가와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심박동기 삽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삽입하는 심장 내 삽입 전기장치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국내 100만 명 중 73.5명 영구 심박동기 삽입

심장 내 전기장치는 3가지가 있다. 고전압 장치(삽입형 제세동기), 저전압장치(영구형심박동기), 심전도 감시장치(삽입형 사건 기록기)이다. 고전압장치는 심실세동 같은 심장이 멈추는 빈맥에 대해서 고전압의 전기충격을 주어서 동율동으로 전환하는 장치이고 저전압장치는 위험한 느린맥에 대해서 저전압의 전기신호를 전달하여 심장의 수축을 유발하는 장치이다. 심전도 감시장치는 원인 미상의 부정맥 진단을 위해서 몸속에 삽입하여 4~5년까지 심장의 율동을 감시하는 장치이다. 고·저전압장치는 심장의 전기신호를 받고 전달하고, 심전도 감시장치는 신호를 받기만 하는 장치이다. 따라서 전자파 간섭이 발생할 때 고·저전압장치는 잘못된 신호를 출력해서 오작동의 우려가 있지만 심전도 감시장치는 저장된 이상신호가 입력되는 것 이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몸속에 전기장치를 갖고 계신 분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것이 전자파 간섭이다. 수많은 무선 장치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몸속의 전기장치가 오작동할까 하는 불안감이다.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는 문제가 없다. 전자레인지 사용도 가능하고 핸드폰 사용에도 문제가 없다. 다만 몸에 전기를 흘리는 치료, 예를 들면 EMS (electric muscle stimulation) 마사지기 같은 장치는 몸에 전기를 흘리는데, 이 전기신호가 심장에서 나오는 신호와 구별이 되지 않을 수 있어서 심장 내 전기장치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치료 전에 심장 내 전기장치가 있음을 시술자에게 알려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수술할 때 사용하는 전기소작기도 몸에 전기를 흘리는 장치이기 때문에 심장 내 전기장치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수술 및 시술 전에 반드시 심장 내 전기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심장 내 전기장치의 손상이나 삽입 부위의 혈종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신체 접촉이 있는 스포츠(럭비·무술 등)는 피하는 것이 좋다. 축구·농구 또는 야구와 같은 스포츠에 참여할 경우에는 장치에 대한 외상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필요시 특수 보호구 사용을 추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의 가벼운 운동 범위에서는 큰 문제가 없으므로 심장 내 전기장치를 갖고 있다고 해서 운동을 크게 제한할 이유는 없다. 삽입형 제세동기를 갖고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프로스포츠 선수들도 있으니 일상의 운동에서 너무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가장 큰 이슈가 요즘 많이 시행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다. 심장 내 전기장치는 대개 수년에서 길어야 20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심장 내 전기장치를 갖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2000년 이후에 생산된 장치들이다. 최근에 나온 장치들은 대부분 특정한 조건에서 MRI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건부 촬영이기 때문에 MRI 촬영 전에 그 조건을 만족하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MRI 시행이 가능하게 일부 프로그램의 변경이 필요하다. 역시 MRI 촬영 전에 반드시 심장 내 전기장치가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간혹 오래된 전기선을 갖고 있거나 망가진 전기선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MRI 촬영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MRI 촬영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꼭 촬영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검사와 대비를 하고 촬영이 가능하니 담당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그래픽 참조〉

환자 임종 시 기기 작동도 함께 멈춰

환자들 중에는 임종 시에 심장박동기가 계속 작동을 하면 심장이 멈추지 않아서 고통이 계속될 것 같다는 두려움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심장박동기는 전기신호만 전달하고 심장의 수축은 스스로 이뤄지는 것이다. 임종 시에는 이런 수축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서 심장박동기에서 전기신호를 주어도 심장은 박동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지 않는다. 다만 임종 후에 화장을 하는 경우에는 심장 내 전기장치의 배터리를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드라마에서 심장박동기를 해킹해서 정지시켜 버리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다. 이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장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장치가 있어야 하며 한 차례는 장치 삽입 주변에 신체 접촉을 통해 동기화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제조업체에서는 보안에 매우 신경을 쓰고 개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의 장치들은 핸드폰 혹은 다른 통신기기와 연동을 통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곧바로 의료인에게 전달해 필요 시 빠른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기능들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원격 감시와 진료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 기능을 완벽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심장 내 전기장치를 갖게 되는데, 관계 법령이 정비되어서 이런 원격 감시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오일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 중재시술 인증의로 부정맥 환자 시술 및 치료에 15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부정맥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재무이사를 맡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