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전라남도·광주 일대 여행사들의 예약 상품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이모(67)씨가 운영하는 여행사에선 지난달 29일 참사 이후 4월까지 예약됐던 단체·소규모 그룹 여행이 모두 취소됐다. 3000만원가량의 계약 건을 날린 그는 겨울철 성수기임에도 추가 예약마저 들어오지 않자 이번 달 매출이 90% 가까이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이씨 회사를 포함해 소규모 여행사에선 대표가 가이드 역할을 맡아 장기간 출장 형태로 여행을 간다. 이 때문에 가족 단위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코로나 땐 공공기관 방역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당장 식구들을 먹여 살릴 방법이 없다”며 “적어도 5월까지는 정상화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사·전세기 임대를 겸업하고 있는 김모(66)씨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코로나 때 받은 정부지원 대출 7000만원 중 절반을 채 갚기도 전에 제주항공 사고가 터졌다. 지방공항은 대형 항공사가 운행하는 정기편이 많지 않아 지역 여행사들이 성수기에만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 좌석을 임대해 전세기를 띄우는 경우가 많다. 김씨 역시 당장 이번 달 캄보디아행 전세기를 취소했고, 오는 7월 계약해둔 몽골행 전세기도 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전세기를 빌려준 항공사에선 환불을 못 해준다는 입장”이라며 “시골에선 농사가 끝난 뒤인 11월~3월이 가장 성수기인데 이번 달에만 100여 명이 여행을 취소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전라남도가 지난 6일 임시로 조사한 ‘시군별 여행사 피해현황’에 따르면 취소 건이 발생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는 모두 149개로 총 927건(8167명)의 계약 중 96.1%인 891건(7703명)이 취소됐다. 광주시는 9일 지역 내 103개 여행사에서 1253건의 계약이 취소되고 1만6086명의 관광객이 여행을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행사는 무안공항이 아닌 다른 곳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며 계약 취소를 막으려 하고 있지만, 관광객 사이에선 저가항공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나 인천·김해 공항까지 버스로 4시간을 가야 하는 등 물리적 부담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던 무안에 사는 택시기사 A(50대)씨는 “자주 이용하던 공항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나 충격이 크다”며 “아예 당분간은 여행을 가지 말자는 생각에 미루지 않고 취소했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들은 경제적 어려움보다 같은 업계에 있던 이들의 죽음이 더 큰 고통이라고 토로했다. 광주광역시관광협회 관계자는 “영업이 어려운 건 맞지만 유가족의 아픔에 비할 바는 아니란 생각에 말하기가 꺼려진다”며 “사고 수습과 유족에 대한 지원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동종 업계에서 20년간 알고 지냈던 지인이 이번 참사로 세상을 떠나 일을 하려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온종일 멍한 상태로 있다”며 “심리적으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라남도와 광주시는 먼저 여행사들이 입은 피해를 파악하고 이들 업체에 관광진흥기금 융자지원을 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하겠단 입장이다. 광주시 관광도시과는 이날 “광주관광공사에 피해 신고 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라며 “각 지역자치단체, 관광협회 등과 소통하며 융자지원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