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 자리 비운 삼성 마운드에 각성한 좌승현이 등장했다…9회 1사 후 홈런 한 방에 아쉽게 날린 노히트노런

2025-07-04

박진만 삼성 감독은 7월에 들어서면서 총력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힘들었던 6월을 보낸 뒤 다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각오였다.

그런데 총력전을 선언하자마자 변수가 생겼다. 국내 에이스 원태인이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었다. 원태인은 오른쪽 등 통증으로 지난 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삼성은 새롭게 투입된 외인 투수 헤르손 가라비토가 적응을 마치며 모처럼 선발 로테이션을 잘 운용할 수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공백이 생겼다.

그런데 원태인 대신 호투를 펼친 국내 투수가 나왔다. 좌완 이승현이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8.1이닝 1안타 1홈런 2볼넷 6삼진 1실점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이승현은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2021년 데뷔해 불펜으로만 던지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풀타임으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이승현의 한 경기 최다 이닝은 6이닝이었다. 이날은 자신의 최다 이닝을 갈아치우는 것은 물론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뻔했다. 노히트노런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1회 신민재-천성호-김현수로 이어지는 LG의 1~3번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면서 12개의 공을 던진 이승현은 2회 2사 후 문성주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을 뿐 안타는 맞지 않았다.

3회부터 5회 2사까지 LG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처리한 이승현은 오지환과 6구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으나 후속타자 이주헌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홈인을 허용하지 않았다. 7회까지도 안타나 출루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그 사이 타선에서는 차곡차곡 점수를 뽑아내 이승현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2회에는 1사 후 이재현이 LG 선발 송승기를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전날 잠실 두산전에서 9회 역전 만루 홈런을 친 이재현은 연타석 홈런을 쳤다. 6회에는 2사 후 김재성, 류지혁의 연속 안타로 1·2루를 채운 뒤 김지찬의 2타점 2루타가 터지면서 3-0으로 달아났다. 7회에는 이재현이 1타점 2루타로 장타력을 계속 과시했다.

동료들의 도움 속에서 이승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문성주를 공 하나로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이승현은 오지환을 상대하면서 공을 8개나 던졌고 결국 볼넷으로 내보냈다. 다행히 김주성 타석 때 타구가 1루수 르윈 디아즈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면서 아웃카운트 두개를 한 꺼번에 잡았고 이닝이 끝났다.

이제 아웃카운트 세 개만 더 잡으면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수 있었다. 9회에 접어들 때 이승현의 투구수는 107개였다. 첫 타자 박해민을 2루 땅볼로 잡아낸 이승현은 순조롭게 이어가는 듯 했으나 후속타자 신민재에게 일격을 당했다. 5구째 직구를 공략당했고 타구는 멀리 뻗어 우측 담장을 넘겼다. 이날 이승현이 내준 유일한 안타이자, 점수였다. 벤치에서는 바로 이승현을 내렸다. 노히트노런은 깨졌고 투구수가 116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태훈이 이닝을 마무리했고 이승현은 기록 달성에 대한 아쉬움을 승리로 달랠 수 있었다. 이날 이승현은 116개의 공 중 커터를 많이 사용했다. 직구(32개)보다 더 많은 49개의 커터를 던졌다. 이밖에 커브(33개), 슬라이더(1개), 체인지업(1개) 등으로 LG 타선을 공략했다. 최고 구속은 144㎞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제구력을 바탕으로 대기록 달성 직전까지 갔다.

삼성도 역대 세번째 노히트노런을 노려볼 법 했다. 구단 최초의 노히트노런은 1990년 이태일이 8월8일 롯데전에서 달성한 바 있다. 역대 6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가장 최근 노히트노런 기록도 삼성에 머물러 있다. 2019년 4월21일 덱 맥과이어가 한화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역대 14번째 기록으로 이후에는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이승현이 명맥을 이을 뻔 했지만 아쉽게 기록이 무산됐다.

하지만 선발 투수 이승현의 활약으로 삼성은 웃을 수 있게 됐다.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최원태가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이날 이승현까지 호투를 이어가면서 7월의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후 이승현은 노히트노런 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전혀 아쉽지 않고, 팀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어서 좋을 뿐이다. 의식하지 않고 제 공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9회 함성 소리를 들은 후에는 조금 실감 났다”라던 이승현은 “수비 덕분에 편하게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야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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