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족의 삶과 생애를 보여주며 많은 이의 마음을 울렸다. 드라마 속 광례·애순·금명 3대에 걸친 삶에는 우리나라의 센서스에 나타나는 통계와 정책 흐름이 보인다. ‘인구주택총조사’로도 불리는 센서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가통계조사로 1925년 처음 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이다. 센서스를 통해 얻어지는 통계는 인구·가구·주택 등 우리 삶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들이지만 동시에 그 시대의 사회·경제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료다. 센서스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 삶의 변천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다.
1960대를 지나온 분들이라면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라는 표어를 기억할 것이다. 이 시기는 정부가 센서스 결과를 본격적으로 정책에 활용하기 시작한 때다. 1차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났던 시기로 전쟁 이후 출생아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출산율 급증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애순이네 가족처럼 기본 3남매 이상이었던 그 시절, 정부는 1962년 공표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가족계획정책(산아제한정책)’을 포함시켰다.
지금과 같은 저출생 문제는 2005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3남매 장녀인 금명이가 외동딸을 키우고 있던 시대다. 당시 사회현상을 반영하기 위해 2005년 센서스에서는 ‘추가 계획 자녀 수’ 항목을 신설하기도 했다. 당시 15세 이상 기혼 여성 93%는 ‘추가 자녀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고 사회의 개인화도 급속도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1975년 4.2%에 불과하던 1인 가구 비율이 2020년에는 세 집 중 한 집꼴이라는 것도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올해는 우리나라 센서스가 100년이 되는 해로 5년마다 전 국민의 20% 표본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가 실시되는 해다. 올해 5월 13일에 ‘2025 인구주택총조사’ 실시를 위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첫걸음을 내딛는다. 한편 100년 센서스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국의 센서스 100년’ 기념주화도 발행된다.
센서스는 단순히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개인의 응답을 모아 국민을 위한 정책의 바탕이 되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를 얻기 위한 작업이다. 급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통계청은 사회 각계각층과 정부 부처의 요구·자문을 받아 조사 항목을 선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저출생·고령화 이슈에 당면한 올해 총조사에는 ‘비혼 동거’ 항목이 처음으로 생긴다. 이는 저출생 문제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성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다. 또한 ‘가족 돌봄 시간’과 관련한 항목도 추가될 예정이다. 장애·건강·고령 이슈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가족 내에서 ‘누가’ ‘얼마나’ 돌보고 있는지 보기 위한 항목이다. 학교를 가야 하지만 집안에 돌볼 사람이 필요해 학교생활에 집중하지 못하는 ‘영케어러’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파악해볼 계기가 될 것이다.
국민의 어떠한 응답이든지 대한민국에 좋은 답이 되어 정책으로 이어지는 만큼 적극적인 응답이 선행돼야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살아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가 살아온 10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는 역사적 기반이 될 자료를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모두의 응답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만간 표본으로 선정되는 국민께 인구주택총조사에 ‘폭싹 속아주시길(수고해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