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왜 경례 안하지?" 軍 좋아했지만 軍 몰랐던 '밀덕 尹' [尹의 1060일 ⑩]

2025-04-17

윤의 1060일 ⑩ 군에 빠졌던 윤

“걔네들이 우리와 똑같잖아. 칼 휘두른다는 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인이 왜 좋으냐”는 지인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걔네’는 군인을, ‘우리’는 검사를 뜻한다. 물론 검사의 검(檢)은 칼(劍)이 아니라 ‘검사하다’를 의미한다.

그는 군대에 안 갔다. 1982년 8월 신검(병역판정검사)에서 양쪽 시력 차이 0.6(좌안 0.7-우안 0.1) 부동시(부등시)로 제2국민역(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2022년 4월 7일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다. 당시 미군 연합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과 악수했고, 옆에 선 한국군 부사령관은 경례했다. 나중에 윤 전 대통령이 물었다. “미군은 왜 경례 안 하지? 내가 한국인이라서인가?”

미군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이었던 그에게 경례하지 않았다. 군을 좋아한다지만, 군에 대해 아는 게 적었던 윤 전 대통령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은 어떻게 복무해야만 하는지 이해가 부족했다. 그 결과가 12·3 비상계엄령 사태였다.

윤 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군인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충암고 1년 선배다. 첫 만남은 1977년이었다. 당시 3학년 학도호국단장이었던 김 전 장관은 공부도 잘하고 의리가 있다는 2학년 후배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었다고 한다.

수십 년이 흐른 뒤 둘은 다시 만났다. 2014년 수도방위사령관이었던 김 전 장관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 고검에 좌천된 윤 전 대통령을 관사로 초청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선배가 너무 멋있었다. 계급장의 별이 정말 빛났다”고 했다. 2020년 검찰총장에서 직무정지된 윤 전 대통령이 편하게 술 한잔하자며 김 전 장관을 불렀다.

윤 전 대통령은 “내가 힘들 때 늘 김용현 선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내가 ‘윤캠 1호’”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후 김 전 장관을 경호처장으로 곁에 뒀다. 김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 자리 대신 군 인사 ‘추천권’을 보장받았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자기 사람을 요직에 심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김 전 장관과 직·간접적 ‘근무연’으로 엮여 있다. 군에선 학연이나 지연보다 같이 근무한 경력인 근무연이 더 끈끈하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6일 국방부 장관에 취임했다. 취임 직후 대령급 인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인사 실무자에게 “장성급 인사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나온 게 지난해 11월 25일 하반기 장성 인사였다. 육군에서 중장 진급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군단장급(3성) 보직 이동도 없었다.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의 포석으로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은 성추행으로 군에서 쫓겨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챙겼다. 자신과 함께 육군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의 노 전 사령관을 경호처에 특채하거나 공기업에 취직시켜주려 했다.

김 전 장관이 “내가 썼다”고 밝힌 포고문의 실제 작성자는 노 전 사령관일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장관이 컴퓨터로 문서 작업을 하는 걸 본 적 없다고 측근이 진술했고, 김 전 장관의 노트북엔 문서 파일이 전혀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은 군에 무지했고, 군 사용법을 몰랐다. 결국 칼(검찰)로 흥한 뒤 칼(군)로 망한 신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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