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잡아라" 박현주 특명에…ETF시장 또 '출혈경쟁' 조짐

2025-02-05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삼성자산운용을 제치고 상장지수펀드(ETF) 업계 1위를 차지할 목적으로 6일부터 수수료를 대폭 낮춘다. 금융투자 업계는 연말 연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전체 경영진에 “올 상반기 안에 ETF 1위로 올라서라”는 주문을 내린 뒤로 수수료 출혈 경쟁이 다시 한번 크게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은 자사 홈페이지의 ‘타이거 ETF’ 코너에 별다른 설명 없이 ‘세상을 놀라게 하다’라는 문구를 지나가는 화면으로 띄우고 투자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특히 이 문구와 함께 6일을 시사하는 ‘D데이’를 매일 표기하며 해당 날짜에 새로운 ETF 정책을 선보일 것임을 암시했다.

미래에셋운용이 내놓는 ‘세상을 놀라게 할’ 조치는 일부 ETF에 대한 총보수 인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ETF 순자산 규모가 연내 200조 원 돌파를 향해가자 수수료 경쟁을 통해 시장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운용이 이달 대대적인 ETF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시장 1위가 돼야 한다”는 박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그룹 전체 경영진을 모은 자리에서 “상반기 안에는 삼성운용을 제치고 ETF 1위 사업자가 돼야 한다”는 특명을 내렸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ETF 담당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 보상을 안겨주고 “미래에셋운용이 올해 1위 자리까지 꿰찰 경우 더 큰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이후 미래에셋운용은 물론 그룹 전체의 승부처가 사실상 ETF 시장에 있다고 본 셈이다.

박 회장의 공격 경영 주문은 최근 삼성운용의 대표이사와 ETF 수장이 한꺼번에 바뀐 점, 정부가 삼성운용이 선두를 달리던 해외주식형 토털리턴(TR) 시장을 사실상 폐지한 점, 시장 자체가 해외주식형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판단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으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ETF 순자산은 각각 68조 8127억 원, 65조 253억 원으로 3조 7874억 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ETF 전체 순자산(181조 715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운용 37.87%, 미래에셋운용 35.78%로 그 격차가 2.09%포인트에 불과하다. ETF에 담은 국내 주식 순자산은 삼성운용(16조 1981억 원)이 미래에셋운용(10조 5802억 원)보다 많으나 해외 주식 순자산은 미래에셋운용(24조 8389억 원)이 삼성운용(8조8208억)의 3배 가까이 된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에만 ETF 사업에서 956억 원의 운용 수익을 벌어 삼성운용(935억 원)을 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미래에셋운용이 수수료 인하를 예고하자 자산운용 업계는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지난해 불었던 수수료 ‘제 살 깎기’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는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도 삼성운용의 연 0.01% 이하 파격 수수료를 시작으로 출혈 경쟁을 치열하게 펼친 바 있다. 삼성운용이 지난해 4월 ‘KODEX 미국S&P500TR’ 등 미국 대표 지수 투자 ETF 4종의 수수료를 기존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하자 미래에셋운용은 대표 금리형 상품인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수수료를 연 0.05%에서 0.0098%로 내리며 맞불을 놓았다. 이어 한화와 마이다스에셋 등 중소형사들까지 수수료 인하 대열에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는 과열 상태로 치달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그룹 경영진 전체와 ETF 전략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미래에셋 계열사 전체가 해당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모으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이 경우 삼성·한국투자 등 금융 계열사 규모가 큰 다른 기업들까지 줄줄이 그룹 차원에서 ETF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최근 이경준 미래에셋운용 ETF전략본부장이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인재 이동이 활발한 상황에서 인력 쟁탈전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경쟁이 과열되면 투자 재원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다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대형사들이 ETF 경쟁에 계열사까지 동원할 경우 감독 당국이 개입해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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