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는 권력이나 지위의 상징이다. 사설 경호든 공적 경호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보호막이다. 대통령 경호는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전문적이다. 대통령경호처는 법률에 따라 대통령과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임무를 띤 국가기관이다. 직원들이 자기 목숨을 걸고 일하기 때문에 직급에 비해 좋은 처우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경호처는 지극히 기능적 업무를 수행하기에 정치 과정에서 독립적 변수가 아니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통령을 아우라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그 권력을 더 위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권력에 근접해 있어 스스로 권력화하기도 한다. 군부독재 시절인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경호실장 차지철과 장세동, 12·3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이 그랬다. 김용현은 경호처장 시절 대통령 경호구역 내 군경 지휘권을 경호처가 갖겠다는 초법적 시행령을 입법 시도해 군과 경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호처의 위력이 일반 시민들을 짓누르기도 한다. 지난해 2월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경호처는 계속 몸집을 불려왔다.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경호처의 올해 예산은 2022년에 비해 421억원(43.4%) 늘어난 1391억원이다. 같은 기간 정부 전체 예산이 11.5% 증가한 걸 보면 경호처는 건전재정의 예외였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경호처 예산 증가액 125억원(15.8%)·57억원(6.2%)보다 훨씬 크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직원이 60명 늘어 758명이 된 경호처 인건비와 임차료 상승 때문이다. 경호처 인력을 30% 줄이겠다던 윤석열 대선 공약이 무색하다.
명령에 따라 경호 대상을 지키는 경호처 직원들의 직업정신은 존중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내란 수괴 피의자라는 점은 그들에게도 딜레마를 안긴다. 경호처 젊은 직원과 간부 간에 다른 기류도 읽힌다. 이들이 향후 받게 될 처벌과 파직 등 불이익을 고려하면 그들도 잠재적 피해자이다. 이 모든 게 한 사람 때문에 생겨난 비극이지만, 경호처 직원들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들 역시 군인, 경찰처럼 ‘제복 입은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