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향한 관문, 높아진 문턱을 뚫어라

2025-04-15

골프의 메이저리그, PGA 투어를 가다

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골프의 천국에 닿는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와 마스터스로 유명한 오거스타는 물로 연결돼 있다. 서배너강 상류에 오거스타가, 하류에 서배너가 있다. 마스터스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서배너의 더 랜딩스 골프&애틀레틱 클럽에서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클럽카 챔피언십이 열렸다.

콘페리 투어는 PGA 투어로 가는 길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뛰다 지난해 콘페리 투어 Q스쿨을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승택(29)이 연습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좋은 게 너무나 많다. 아직도 꿈인가 생시인가 헷갈릴 때도 있다”며 “더 젊어서 힘 좋을 때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별명이 ‘불곰’인 그는 영어를 잘 못 한다. 그래도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파파고(통역) 앱으로 이래저래 한다. 영어를 잘하면 훨씬 더 좋겠지만, 아직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저녁에 호텔 방에 혼자 있으면 적적하다는데, 아시안 투어 다닐 때도 밤엔 헬스만 하고 잤다”며 “3년간 캐디를 해주신 아버지가 오셔서 같이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문난 효자답다.

성공이 쉽지는 않다. PGA 투어에 올라가기도 어렵고, 올라간 선수의 80% 이상이 바로 내려온다. 베테랑이 빅리그로 돌아가기 전 잠시 쉬어가는 오아시스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도 PGA 투어 5승의 닉 와트니(44·미국) 등 우승자가 22명이나 나왔다.

PGA 투어 1승의 노승열(33)도 지난해부터 콘페리 투어에서 뛴다. 그는 “시드를 잃으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골프만이 아니라 인생도 말이다. 정신병에 걸릴 것 같기도 했다. PGA 투어 카드를 잃은 후 한동안 방에서 안 나왔다”며 “그런데 어떻게 지내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 이제는 주변 시선은 신경 안 쓴다. 이런 걸 겪었으니 다시 PGA 투어에 올라가면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 직전 3년 반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3년 반 동안 그는 모든 걸 골프에 쏟아부었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엘리트 골퍼다. 10대부터 각종 최연소 기록을 깼고, 유럽투어를 거쳐 PGA 투어에 입성했다. 2부 투어는 처음이기에 더 어려웠을 거다.

PGA 투어 2승의 배상문(38)은 우승 기회를 잡으면 거의 놓치지 않았다. 2013년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키건 브래들리(39·미국)를 상대로 거둔 역전승은 한국 골프의 명장면 중 하나다. 그는 “올해도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는 나간다”고 전했다. 취리히 클래식은 2명이 한 팀으로 출전하는데, PGA 투어 선수가 나머지 한 선수를 지명한다. 김시우가 같이 뛰자고 했단다. 그는 “(PGA 투어 카드를 잃었는데도) 후배가 불러주는 걸 보면 내가 잘못 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제 마흔이 다 됐다. 몇 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18개월 아이도 있으니 이제 돈을 벌어야 한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도 뛰어볼 생각”이라던 그는 이후 “가족이 미국에 있으니 미국에서 계속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생각이 복잡한 듯했다.

PGA 투어는 콘페리 투어 상위 30명에게 주던 1부 카드를 올해부터 20명으로 줄였다. 이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클럽카 챔피언십 2라운드가 열린 지난 5일 라이언 맥코믹(33·미국)은 입에 투명 테이프를 붙이고 경기했다. 그는 2012년 유러피언투어 Q스쿨 마지막 홀에서 볼이 새에 맞고 물에 빠져 한 타 차로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코로나19로 PGA 투어에 갈 좋은 흐름이 끊기는 등 운도 나빴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PGA 투어 카드를 땄지만, 올해 콘페리 투어로 돌아왔다. 그는 “화가 난다. 여러 사람과 얘기도 하고 책도 많이 읽는 등 모든 걸 다 해봤다. 그래도 너무 화가 난다. (욕설을 통해) 내 나쁜 경험을 동반자에게 전염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입을 테이프로 막았다”고 설명했다.

골프는 쉽지 않다. 이승택은 “앞으로는 오거스타에서도 인터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오거스타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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