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국산 전기차 보조금 확대” 요구한 현대차…보조금 국수주의 커지나

2025-02-07

국산 전기차에 지금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비야디(BYD) 등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고, 미국·중국 등도 수입산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보조금 차등지급이 무역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최로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4대(삼성·SK·LG·현대차) 그룹 연구소장 간담회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관련 논의가 불거져 나왔다. 김견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장은 이 대표에게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며 “우리도 국내 전기차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 등 지원책을 다각도로 모색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이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7일 통화에서 “보조금 개편 등 산업정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여당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산업정책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하는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중국산도 보조금 주는 한국

환경부가 지난달 15일 확정·고시한 전기차 국고보조금 현황에 따르면 중국산 테슬라의 전기차 7개 모델의 평균 보조금은 192만원이었다. 최근 출시된 중국산 BYD의 아토3의 경우 이달 중 200만원 전후로 보조금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49개 모델의 평균 보조금 456만원보다는 적은 수준이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최근 저가공세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보조금 200만원 차이는 금방 상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토3는 기본트림 가격이 3150만원으로 보조금 적용 시 2950만원에 살 수 있다. 국산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수입 전기차 보조금은 국산 전기차 판매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71만대에서 2030년 420만대까지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보조금 예산으로 7800억원을 책정했는데, 국내 전기차 시장의 26.9%(2023년 기준)를 수입산이 점유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00억원가량이 수입 전기차 보조금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자동차 산업 자국 중심주의에 따라 한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해야한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혈세 낭비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보조금 차등지급한 프랑스...“무역 분쟁 초래” 우려도

해외 국가 중 보조금을 자국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프랑스는 2023년부터 수입산 전기차에 대해 차등적 보조금을 지급하는 녹색산업법을 시행하고 있다. 운송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환경점수를 매겨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식인데, 운송 거리가 먼 중국산은 보조금을 거의 받지 못한다. 반면에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는 최대 7000유로(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시행 직후인 지난해 1월 프랑스에서 생산된 푸조 208 EV가 판매 1위를 차지했고, 기존 1위였던 테슬라 모델Y는 4위로 밀려났을 만큼 즉각적 효과나 나타났다.

중국은 자국 전기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던 2009~2022년 전기차 생산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을 지급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해당 기간 중국 전기차 기업은 총 1600억 위안(약 31조7000억원)을 지원받았는데, BYD는 그중 70억 위안(약 1조4000억원)을 받았다.

미국도 자국 이익을 내세우기는 마찬가지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중국산 광물이 탑재된 배터리를 쓴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중국산 전기차 관세(100%)에 10% 추가관세를 조치했다.

일각에서는 차등지급이 국내 현실에선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역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EU는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전기차 보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최고 45.3%로 책정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보조금 직접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완성차 업계를 드러내놓고 지원하면, 중국이 배터리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반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보조금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