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은 없다…내일만 본다

2024-10-03

독수리 필승조

제자리 찾아낸

김서현

2년차 압박감에 흔들

달감독님 격려 식사 자리에

마음 편해지며 데뷔 첫승도

먼 미래보다 내일 잘하자 생각

1군 잘버텨 도움되는 선수 될래

김서현(20·한화)은 2024시즌 전반기 압박감에 짓눌렸다.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해 20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 7.25로 데뷔 시즌을 마쳤다. 더 이상 신인이 아니었고, 팀을 위해 제 몫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서현은 한 달도 안 돼 2군행을 통보받았다. 특장점인 구속이 떨어진 데다, 제구도 흔들렸다. 최근 대전 구장에서 만난 김서현은 “작년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압박감 때문에 준비한 것들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김서현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갓 스무 살 된 어린 투수의 고민을 알아챘다. 지난 6월초 부임 후 닷새 만에 당시 2군에 있던 김서현을 대전으로 불러 밥을 사준 김 감독은 “네 나이 때는 운동하고, 먹고, 피곤하면 자고 그렇게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며 “벌써 그렇게 생각이 많을 필요는 없다”고 김서현을 다독였다.

말뿐인 격려가 아니었다. 한화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김서현의 재능을 눈여겨본 김 감독은 김서현을 과감하게 콜업해 1군 마운드에 설 기회를 줬다. 후반기 새로 합류한 양상문 투수코치도 김서현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왔다.

김서현은 “감독님과 식사를 한 뒤 압박감이 많이 풀렸다. 확실히 마음이 편해진 계기가 됐다”며 “코치님께선 늘 ‘절대 고개 숙이지 마’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그 덕분에 잘 못 던진 날에도 빨리 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서현은 올시즌 후반기 최고 시속 150㎞ 후반대 빠른 공과 완성도 높은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한화의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2024시즌 최종 성적은 37경기(38.1이닝) 1승2패 10홀드 평균자책 3.76이다. 2025시즌에도 필승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마무리 투수로도 성장할 가능성을 남겼다.

김서현은 올해 의미 있는 기록들을 달성했다. 데뷔 첫 승리를 챙겼고, 중간 투수로 두 자릿수 홀드도 수확했다. 지난달 22일 대전 롯데전 1-4로 밀리던 7회초 등판해 전준우-나승엽-윤동희를 삼자범퇴 처리한 김서현은 7회말 공격에서 타선이 역전에 성공해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중간에서 승리하는 게 제일 힘든 걸 아니까 첫 승리를 했던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과장이 아니라 몇 년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빨리하게 돼 기분이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김 감독은 올시즌 김서현의 활약에 대해 “만족하기보다 더 높게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서현도 사령탑의 의견에 100% 동의했다. 그는 “이걸로 좋아하면 여기서 멈출 수도 있기 때문에 올해 기록에 딱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야구를 하는 동안 더 좋은 기록도 세울 수 있으니까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서현은 먼 미래를 보지 않는다. 당장 ‘내일’이 중요하다. 그는 “작년이나 올해 전반기를 생각해보면 당장 내일이 중요한 것 같다. ‘내일 더 잘하고, 또 내일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뿐”이라며 “내년에도 1군에서 버텨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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