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풍경 보며 중력 레이싱…F1 열기보다 뜨거운 테마파크 어디 [비크닉]

2025-10-11

b.피셜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특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브랜드 정체성, 페르소나,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추석 연휴, 인천공항 이용객이 245만에 이르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최장 명절 연휴까지 맞이했으니까요. 반면 여행객의 발걸음이 줄어든 국내 관광지는 새로운 실험에 나서며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닌데요, 최근 몇 년 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애월읍 언덕 위에 자리한 대규모 레이싱 테마파크 ‘9.81파크’입니다. 핸들만 쥐고 언덕을 달리며 중력가속도(g=9.81m/s²)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죠. 그간 레이싱은 ‘보는 스포츠’에 머물렀지만 9.81파크는 차를 소유하거나 개조해야만 참여할 수 있었던 높은 장벽을 무너뜨렸어요. 덕분에 레이싱 스포츠 팬덤이 두터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이 났죠.

여기에 최근엔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F1: 더 무비’ 흥행 열기가 겹치면서, 2020년 개장 후 3년 만에 누적 방문객 2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8월엔 월매출 22억1000만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4.6% 늘었는데, 같은 기간 제주 입도객 증가율(4.7%)을 훌쩍 웃돌았죠. 이쯤이면 ‘관광 특수’만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흡인력을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올 만한데요, 비크닉이 9.81파크를 이끄는 김종석 대성파인텍 대표를 직접 만나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관람에서 참여로…테마파크의 진화

IT 벤처 투자 업계 출신인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과 모바일이 세상을 바꾸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봤습니다. 특별히 그는 “여가가 늘자 소비자는 단순 관람보다 체험하고 공유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는 흐름에 주목했죠. 그래서 2010년, 착시 미술을 활용한 체험형 미술관 ‘트릭아트뮤지엄’을 제주도에 열어 시장을 시험했어요. 관람객이 직접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퍼지며 ‘체험+공유’ 모델의 힘을 확인했지만, 도내 전시 콘텐트 특성상 비 오는 날에만 사람이 몰리는 구조적 한계도 경험했고요. 결국 “제주다운 경험은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과 맞닿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끝에 9.81파크를 구상했다고 해요.

Q. 9.81파크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됐나요.

A. 100년 전 유럽 골목에서 아이들이 즐기던 ‘소프박스(Soapbox)’ 에서 출발했습니다. 소프박스는 눈썰매 같은 카트를 타던 동네 놀이였는데, 지금은 엔진이나 모터가 없는 수제 무동력 카트를 타고 내려오는 레드불의 글로벌 대회가 됐죠. 이 문화를 제주도의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전용 경기장과 무동력 레이싱 차량을 만들고, IT 기술로 랩타임·속도·브레이킹 데이터를 기록화했죠. 주행 영상은 앱에서 실시간 공유할 수 있고, 마리오카트 같은 게임 요소(부스터·보상 시스템 등)도 결합해 경쟁의 재미를 더했고요.

Q. 앱 서비스까지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같은 조건에서 순수 실력으로 겨루는 ‘페어플레이 스포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기에 게임적 요소를 얹어 ‘관람형’이 아닌 ‘참여형 경험’을 설계하려면 앱이 필요했어요. 데이터로 기록이 쌓이고 참여자들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재도전’을 할 이유를 심은 거죠. 일정 기록을 달성하면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개인화된 피드백이 누적돼 한 번의 체험이 성장 경험으로 바뀌고요.

Q. 기존 테마파크와 규모 외 다른 점을 찾자면요.

A. 전통 테마파크는 롤러코스터 하나에만 300억 원이 들고, 어트랙션이 20개쯤 있어야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드웨어 중심 구조라 경험은 공급자 설계에 묶이고, 업데이트도 쉽지 않죠. 이 공식을 깨고 싶었어요. 레이싱카부터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해 매년 새로운 콘텐트를 업데이트할 수 있게 말이죠. 자동차·로봇공학 박사까지 포함한 개발 및 운영 인력 100여명이 자율주행 제어–앱–데이터를 통합 관리합니다. 조성비도 전통 방식의 10~20% 수준에 불과해, 중견 사업자도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제주다움’과 ‘특별함’은 어떻게 설계됐나

Q. 레이싱 체험이라 입지 선정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A. 제주 전역을 30m×30m 셀로 나눠 GIS(지리정보시스템)를 직접 구축하고, 50곳 후보지를 뽑았습니다. 이후엔 직접 중립 기어로 언덕을 달려 중력가속도를 측정하고, 드론 촬영까지 거쳐 최종 10곳으로 압축했죠. 지금의 코스는 협재 바다와 비양도를 내려다보며 출발해, 오름과 한라산을 보며 돌아오는 길이라 ‘제주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Q. 운영 초기와 비교해 달라진 방문객의 특징이 있다면요.

A. 코로나 정점기에 파크를 열어 초반엔 쉽지 않았습니다. 4인 이상 입장 금지, 거리두기 제한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2021년부터 “이 상황에서도 놀아야 한다”는 심리가 커졌고, 특히 20·30세대가 새로운 경험을 찾는 욕구가 폭발했습니다. 해외여행이 막히자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이색 콘텐트가 대체재로 주목받았고, 당시 매출은 70억 원에서 13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죠. 지금은 패키지보다 자유여행(FIT) 중심 구조라 경험의 ‘질’이 더 중요해졌어요. 외국인 비중도 회복세라 샤오홍슈(중국 SNS)같은 채널을 활용해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외국인 자유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셔틀버스 운행과 택시 호출 등 서비스도 공을 들였죠.

Q.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A. 맞아요. 대표적 장치가 ‘GROC 챔피언십’입니다. 예선을 통과한 상위 10명이 파이널에 오르는 시즌제 리그인데, 이 구조가 매달 재방문을 만듭니다. 덕분에 숙박·교통·식음료 소비가 지역 경제와도 연결됩니다. 섬이라는 한계에도 ‘다시 올 이유’를 만든 셈이죠. 특히 20·30세대는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니 경기 방식과 코스를 계속 바꿉니다. 최근엔 포켓몬과 협업한 ‘메타 빌라’ 프로젝트도 큰 반응을 얻었어요. 주행 중 캐릭터 이름을 외치면 부스터가 발동하고, 성공하면 포토카드와 영상이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아이돌 굿즈를 모으게 만든 구조와 비슷한데, 실제로 F&B·스토어 매출이 늘고,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도 동시에 올랐습니다.

신개념 K테마파크를 향해

Q. 추가로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있나요.

A. 2027년 인천공항 제1터미널 인근에 두 번째 파크를 열 예정입니다. 제주에서 검증한 모델을 확장한 도심형·실내형 K-테마파크죠. 고척돔 크기의 10층 실내 공간(높이 50m)에 1.5㎞ 트랙을 설계했습니다. 오르막 구간은 전기차를 활용한 아이템 레이싱, 내리막은 중력 기반 스피드 레이싱으로 구성했습니다. 날씨나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365일 운영할 수 있고, 야간에는 조명과 미디어 연출을 극대화해 ‘마리오카트 현실판’ 같은 몰입감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Q. 테마파크 업계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A. 저희가 지향하는 건 ‘스페이셜 게임 파크(Spatial Game Park)’라는 새로운 장르입니다. 1세대가 놀이기구 중심 어뮤즈먼트 파크, 2세대가 스토리텔링 중심 테마파크였다면, 3세대는 게임·스포츠·데이터가 결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은 성장·기록·경쟁을 반복하며 연결되고, 콘텐트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살아 있는 파크로 진화할 것으로 봐요. 인공지능(AI)·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해 메타버스에서 글로벌 이용자가 이어지는 ‘네트워크형 콘텐트’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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