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이상고온으로 재고처리에 비상이 걸렸던 아웃도어 업계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로 인해 반짝 특수를 얻고 있다. 대규모 집회가 영하 날씨에도 야외에서 밤늦게까지 열리면서 방한력과 실용성을 겸비한 패션용품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진 결과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매출 상위 9개 브랜드(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K2, 네파,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아이더, 컬럼비아, 밀레)의 11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9.6% 떨어진 5473억원으로, 모든 브랜드가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의 지난달 패션 부문 매출 역시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의 11월 겨울 세일 기간 패션 부문 매출 신장률은 평균 4%로 전년 같은 기간 신장률인 평균 18%보다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저조한 판매로 인한 재고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운 업계의 상황이 반전됐다. 혹독한 매출부진에 허덕이다 대규모 탄핵 촉구 집회가 본격화되면서 방한용품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주(2~8일) 방한용품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9.4%, 전주 동기 대비 126.1%로 크게 뛰었다"며 "지난달의 경우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방한 패션상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 증가율이 둔화된 바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패션 플랫폼 W컨셉 관계자는 "지난주(2~8일) 롱패딩·퍼·점퍼 등 헤비 아우터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머플러·바라클라바 등 방한 액세서리의 매출은 50%, 어그 등 방한슈즈의 매출은 360% 증가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당시의 패턴을 재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해당 이슈가 발발한 지난 2016년의 경우도 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온화해 아우터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방한용품 수요가 급상승한 바 있다.
옥션에 따르면, 촛불집회가 본격화된 2016년 11월 4일부터 24일까지 여성의류 브랜드 점퍼와 브랜드 코트, 브랜드 조끼·베스트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 59%, 322% 증가했다. 남성의류 브랜드 점퍼와 코트는 62%, 일반 코트 판매는 62% 상승했다. G마켓 역시 여성, 남성용 패딩·다운 점퍼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8%, 212%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말연시까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주말마다 예정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방한용품 구매는 더욱 큰 증가 폭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신의 정치색을 방한용품의 색깔로 드러내는 시민이 늘면서 빨간색 목도리, 파란색 니트모자 등을 일부러 구매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집회는 단순히 정치적 사건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끼치고 패션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다"며 "방한용품을 중심으로 아웃도어 브랜드의 전성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며 매출 신장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