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관련 집회·시위에 쓰기 위해 불티나게 팔려…업체 "이번 주 주문 폭주, 100개 넘던 재고 동 나"
바다낚시용 뜰채대, 카본 재질로 가볍고 탄성 좋아 시위 깃발 매달기 '안성맞춤'…단골 시위 용품
을지로 인쇄소 "이번 주에만 대형 현수막 인쇄 주문 30매 이상 들어와…모두 尹대통령 퇴진 촉구 내용"
광화문 광장 편의점들 '집회 특수' 겨냥…"연말 특수도 없는데 양초, 방석이라도 팔아야 생계 유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상정이 예고된 가운데, 전국에서 각종 집회·시위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데일리안 취재 결과 확인됐다.
11일 데일리안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낚시용품 업체에서는 난데없이 '바다낚시용 뜰채대'가 동 났다. 이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업체를 방문한 기자에게 창고 내부를 공개했는데, 다양한 종류의 낚시용품들이 창고 선반에 쌓여있었지만 유독 선반 한 곳은 텅 비어 있었다.
A씨는 "여기에 놓여있었던 것이 바다낚시용 뜰채대"라며 "이번 주 초부터 뜰채대 주문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100개 넘게 있던 재고가 금방 동 나버렸다"고 전했다.
평소에는 얼마나 팔리는 제품이었는가를 묻자 A씨는 "일주일에 많아봤자 두세 개 정도 팔리는 제품이었는데 이번 주에만 갑자기 100개 넘는 주문이 밀려 들어와서 약간 당황했다"며 "이미 12월이고 낚시 시즌은 끝났는데 아무래도 낚시 용도로 쓰려고 구매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뜰채대는 낚시용품이지만 의외로 시위 현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시위용품이기도 하다. 카본 재질이라 가벼운 데다가 탄성도 좋고 접으면 1미터 남짓, 펼치면 5미터 넘는 길이가 나오기에 시위 깃발을 매달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제품이다.
A씨는 "우리 업체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뜰채대가 엄청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가격이 저렴한 저가형을 많이 찾아서 지금 그나마 남은 재고는 가격이 비싼 것들 뿐"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기자는 인쇄소가 몰려있는 서울 을지로를 찾았다. 소형 명함, 전단지부터 대형 현수막까지 웬만한 것은 모두 인쇄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도 역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을지로에서 대형 현수막 인쇄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이번 주에만 대형 현수막 인쇄 주문이 30매 이상 들어왔다"며 "고객 정보이기 때문에 상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B씨는 "우리 업체 말고도 근처에 대형 현수막 업체가 몇 개 더 있는데 다 합치면 이번 주말 집회에 쓸 용도로 주문된 것만 100장은 넘을 것"이라며 "우리야 매출이 생기니 좋긴 하지만 집회를 얼마나 크게 열려고 하는지 감도 안 잡힌다"고 말했다.
매 주말마다 대규모 시위와 집회가 벌어지는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편의점들도 '집회 특수'를 누릴 준비를 이미 마친 상황이었다. 촛불, 방석, 핫팩 등 집회 참여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품목들을 구비해 놨다고 아예 출입문에 크게 써 붙여 놓은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 업주 C씨는 "계엄 사태 때문에 연말 특수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며 "안 그래도 직장인들이 출근 안 하는 주말에는 매출이 확 떨어지는데 편의점이 버티려면 양초하고 방석이라도 팔아야 되지 않겠냐"며 쓴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