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대 140억 위안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 양국의 금융 협력이 긴밀해지면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이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재정부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11~17일 140억 4393만 위안(약 2조 7269억 원) 규모의 미국 달러화 표시 국채를 발행한다고 6일 밝혔다. 금리와 만기 등 구체적인 발행조건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은 국채 발행을 억제하고 있지만 저출생과 고령화로 재정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국채 발행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의 올해 재정적자는 4조 6000억 위안(약 893조 5040억 원)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국채 투자자를 외국인으로 확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SWF)와 공공투자펀드(PIF) 등 사우디 내 풍부한 오일머니가 새로운 중국 국채의 잠재적 매수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WF와 PIF는 올 7월 기준 총 9250억 달러(약 1288조 5250억 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중국은 상장지수펀드(ETF) 상호 상장 등 금융 분야에서 사우디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2022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후 상하이 및 사우디 증권거래소의 양해각서(MOU) 체결, 지난해 11월 홍콩거래소의 사우디 주식 ETF 상장, 올 7월 상하이 및 선전 증권거래소의 사우디 주식 ETF 상장, 그리고 지난달 사우디 증권거래소의 중국 주식 ETF 상장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이러한 양국 간 금융 협력을 통해 오일머니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정치적·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ETF의 교차 상장을 통해 사우디와의 금융 관계를 강화하면서 사우디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을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