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태극기 동강난 광화문…헌재 탄핵 찬반 대규모 집회

2024-12-21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 맞는 주말인 21일, 눈 예보에도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일대엔 윤 대통령 퇴진과 퇴진 반대를 외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오후 3시부터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3번 출구 앞에선 120차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약 300m 3개 차선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윤석열 파면 구속’ 등 문구가 적힌 하늘색 풍선을 들고 있었다. 인근 상점에는 ‘빵 필요하신 분 들어오세요’, ‘시위하시는 분들께 커피 선착순 100잔 제공’ 등 선결제된 음식을 받으러 오라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시위는 사학과’라고 적힌 직접 만든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찾은 대학생 오모(25)씨는 “1987년 6월 민주 항쟁 등에서 사학과를 비롯한 인문계 선배들이 변화를 끌어냈던 것처럼 탄핵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헌법재판소도 국민 의견을 반영하고 국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날까 봐 과제도 마음 편히 못 하겠다’고 적힌 종이를 든 고등학생 정모(16)양은 “모레까지 제출인 과제가 있어 근처 가게에서 책상도 사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5시 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3500명, 주최 측 추산 7만명이 몰렸다.

광화문 앞에서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오후부터 모여들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행동)이 연 집회엔 오후 5시 기준 주최 측 추산 30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2만5000명이 참여했다.

오전 7시 30분에 시외버스를 타고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이모(29)씨는 “헌재가 국회만큼 여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참여가 조금이라도 재판관들의 결정에 영향을 주기를 바라며 상경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국적의 교환학생 아나카(25)는 “민주주의 시위가 어떤 방식으로 성숙하는지 보고 싶어서 왔다”며 “열정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진행돼 인상 깊었다”고 했다.

크리스마스트리 모양 코스튬을 입거나, 재치 있는 깃발을 든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붕어빵 천 원에 3개 협회’ 깃발을 든 대학생 황모(22)씨는 “과거에 3개 천원이던 붕어빵이 이제 한 개 천원까지도 가는 등 서민 경제가 어려워졌다”며 “국가 상황이 안정되는 날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로 직접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의 최근 성소수자 등에 대한 판결을 봤을 때 사회의 바뀐 목소리를 반영하는 추세로 보여 이번 탄핵도 인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퇴진 반대 맞불 집회를 열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윤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원상 회복될 것을 선언한다”고 소리치자 집회 참여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오후 3시 2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3만1000명,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의 인원이 몰렸다.

집회에 참여한 임모(65)씨는 “어차피 탄핵될 수 없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헌재는 윤 대통령을 위해 빠르게 결정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 2학년 아들과 함께 온 김모(43)씨는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감정과 선동에 휘둘리고 있다”며 “헌재에선 탄핵 찬성하는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 광화문을 가득 메운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 알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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