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자는 ‘광물 협정’ 주도한 인물
현 총리는 국방 장관·현 국방 장관은 주미 대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율리아 스비리덴코 제1부총리 겸 경제개발부 장관을 새 총리로 지명하며 내각 개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UNN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엑스를 통해 “율리아 스비리덴코에게 정부를 이끌고 행정부 전반을 대대적으로 쇄신하자고 제안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발표 직후 스비리덴코 후보자도 엑스에 “조만간 정부 구성원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스비리덴코는 총리 후보로서 “경제 개선과 국민 지원 프로그램 확대, 국산 무기 생산 확대가 새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국방 및 안보 부대에 대한 지원과 국가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국가 시스템은 국민의 자원과 잠재력을 낭비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민은 더 명확하고 실질적인 사회 지원을 받아야 하며, 군인과 참전용사들은 국가의 존중과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비리덴코 후보자는 지난 4월 말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로 미국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자원 개발에 미국이 참여하도록 인정하는 이른바 ‘광물 협정’을 주도했다. 이 협정에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안보 보장 내용은 빠진 채 미국이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모든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내용이 포함돼 “19세기식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정부 수반 지명 권한은 의회에 있다. 따라서 스비리덴코 후보자가 총리에 취임하려면 현 총리인 데니스 슈미할이 사의를 표명하고 의회가 사임안을 가결한 뒤 30일 이내에 새 총리를 인준해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 종’이 전체 450석 중 231석을 확보하고 있어 무난하게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교체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3월 취임한 슈미할 총리는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최장수 총리로 기록되고 있다. 14일 폴리티코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슈미할 총리를 차기 국방장관으로 지명할 계획이며, 루스템 우메로프 현 국방장관이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은 경제난뿐 아니라 정치적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된다. 최근 올렉시 체르니쇼우 부총리가 거액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고 키릴로 부다노우 군 정보총국장은 숙청 위기에 놓였다가 가까스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통령실 비서실장인 안드리 예르마크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스비리덴코 총리 후보자가 예르마크 비서실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라는 점과 기존 인사들의 자리 이동에 그친 ‘회전문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개편이 대통령실 중심의 권력 구도를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