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24시간
시대가 변해서일까. 이 회사에선 대표와 직원이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근무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하루 종일 제 옆자리에서 일하는 직원이 더러 있어요. 가끔은 제가 장난삼아 신입사원 맞은편에 앉기도 해요.
지난 7월 9일 서울 마곡에 자리한 공간관리 전문기업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S&I Corp., 이하 에스앤아이) 본사. 형원준(62) 최고비전책임자(CVO)는 이같이 말하며 호쾌하게 웃었다. 물론 유독 에스앤아이에 당돌한 직원이 많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직원들에게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상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9월 8일 그는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이 회사의 전 직원은 매일 아침 원하는 좌석을 선택한다. 고정된 자리는커녕 부서 간 구획도 없다. 회의실을 제외하곤 모든 공간이 오픈돼 있다. 구역별 용도가 달라 날마다 업무 특성에 맞는 자리를 고르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대표실이 없다. 견고한 위계질서보다 유연한 운영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공간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그의 경영 철학에 귀를 쫑긋 세우는 이유는 그가 ‘사원에서 사장까지’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1988년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커리어의 3분의 2를 기업 수장(首將)으로 보냈다.
첫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전무급 대리로 불릴 만큼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였던 그는 만 39세에 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장이 됐다. 이후 SAP 코리아 대표와 두산그룹 사장(최고디지털책임자)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최근까지 에스앤아이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