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돼 일상이 마비되던 2020년 4월,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다. 비상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던 개인 음식점을 지원하려는 조치다. 배달 플랫폼이 개인 음식점에 부과하는 배달 수수료를 음식값의 1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해당 규제로 개인 음식점 매출은 3.9% 감소했다. 반면에 체인 음식점 매출은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러한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났을까.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배달 수수료 상한제 시행 이후 플랫폼의 행동 변화에서 찾는다.
규제 도입 후 배달 플랫폼들은 독립 식당 노출 빈도를 줄이고, 대신 체인 식당을 더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규제 시행과 함께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배달 요금이 상승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플랫폼이 감소한 수수료 수익을 보전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더불어 배달 시간이 길어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이는 플랫폼의 수익 감소로 인해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이 저하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규제에 따른 미국 배달 플랫폼들의 대응 역시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배달 플랫폼인 '도어대시'와 '그럽허브'는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샌프란시스코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상한제가 “비합리적이며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배달 플랫폼들은 수수료 상한 정책이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결국 배달 서비스의 축소나 중단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전례 없는 팬데믹 앞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인 음식점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배달 수수료 상한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정작 보호하고자 했던 개인 음식점의 매출은 감소했고, 소비자들은 인상된 배달 요금이나 낮아진 서비스 품질을 감내해야 했다. 지방정부는 배달 플랫폼과의 법적 분쟁에 직면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시는 2023년 1월 31일부터 배달 수수료 상한제 수정안을 도입했고, 이에 따라 배달 플랫폼들은 소송을 철회했다.
수정안의 핵심 내용은 배달 플랫폼의 여러 단계의 계층형(tiered) 수수료 구조를 허용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음식값의 15% 수준인 '기본 배달 서비스' 요금제를 반드시 제공하지만, 음식점이 추가적인 마케팅, 광고, 데이터 분석 등 부가 서비스를 선택하면 최대 30%까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음식점이 기본적인 주문·배송 기능만 이용하면 수수료는 15%에 그치지만, 자발적으로 플랫폼 내 광고 노출이나 고객 추천 등 서비스를 추가하면 그에 상응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없이는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다. 플랫폼은 커뮤니케이션, 정보 획득,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상품과 서비스 구매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기반으로 다양한 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많은 경우 이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플랫폼은 이렇게 경쟁력 있는 혜택으로 모은 소비자 관심과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의 가치는 정밀하게 추정하기 어렵고, 음식점별로 체감하는 효과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그 상한선을 명확히 규정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영역은 규제로 제약하기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배달 수수료 상한제 시행 이후 개인 음식점의 매출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진 사례는 규제가 종종 선의의 의도와 달리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혜택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혜택과 가치가 끊임없이 창출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성호 서울대 경영대학 코빗 석학교수 spark104@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