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특허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특허심판에서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전문가 참여가 의무화되면 특허 분쟁이 보다 신속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8일 국회와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국가전략기술 보호를 위해 특허심판에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특허심판 선진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전략기술 특허심판에 한해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제도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국가전략기술은 외교·안보 측면의 전략적 중요성이 인정되고 국민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술로 바이오, 반도체, 이차전지 등을 포함한다.
국내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며 글로벌 기업과 특허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화이자 간 ‘폐렴구균 백신’ 소송이 대표적이다. 화이자는 폐렴구균 13가 백신(제품명 스카이뉴모)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2017년 ‘프리베나13’의 조성물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대법원이 화이자 측 손을 들어주며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2018, 2019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러시아에 수출한 연구용 원액이 또 다시 문제가 돼 양측은 29일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허심판원이 특허 분쟁에서 1심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전문심리위원 및 기술심리관 참여를 의무화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허심판원은 현재도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닌 만큼 실제 활용은 저조한 상태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문심리위원 활용은 26건에 그쳤다. 김 의원은 “기술패권경쟁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전략기술을 세계적인 기업이나 특허 괴물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며 “일부 글로벌 기업이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고의로 특허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는 만큼 선진화법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특허 소송 역량을 유럽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을 개원하고 기술 경력과 자격을 갖춘 이공계 출신 기술 판사가 특허 분쟁을 담당하도록 했다. UPC는 특허권 소송의 본안 결론을 1년 내에 내리는 것이 목표다. 반면 국내에서는 2021년 기준 본안 처리에 평균 554일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의 경우 자사 제품의 특허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며 “국내에는 후발주자가 많은데 특허 소송을 진행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