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건, 255억원 상당 입찰 담합
미법무부와 공조 통해 수사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미군이 발주하는 주한미군 시설 관리 및 물품 공급·설치 하도급용역 입찰을 담합한 업체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9일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하도급 업체 11곳의 대표 등 9명, 법인 1곳, 미국 법인과 해당 법인의 한국사무소 책임자 등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모 씨 등은 2019년 1월부터 2023년 11월 미 육군공병대(USACE), 미 국방조달본부(DLA)에서 발주하는 주한미군 시설 관리 및 물품 공급·설치 하도급용역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 등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김씨 등 5명은 2019년 1월부터 2021년 3월 USACE에서 발주해 A법인이 입찰절차를 진행한 주한미군 병원 시설 관리 하도급용역에 대한 총 134건(한화 약 80억원)의 입찰에서 신모 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를 낙찰예정자로 합의한 후 다른 업체가 '들러리 견적서'를 투찰하는 방법으로 입찰 공정을 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들 중 김씨 등 일부는 다른 업체 대표들과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DLA에서 발주해 B법인이 입찰절차를 진행한 주한미군 물품조달 하도급 용역에 대한 총 95건(한화 약 175억원)의 입찰에서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을 합의한 후 투찰하는 방법으로 입찰 공정을 해한 혐의가 있다.
B법인과 해당 법인 한국사무소 직원들도 이같은 입찰담합에 가담해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B법인 한국사무소 직원 이모 씨 등 3명은 DLA 발주 물품 조달계약 입찰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씨 등과 공모해, 김씨가 운영하는 업체 낙찰을 위해 총 13건을 해당 업체와 들러리 업체로만 입찰절차를 진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법인 한국사무소 직원 중 1명은 DLA에서 발주한 물품조달 계약 중 4건의 입찰을 진행하면서 김씨의 업체가 낙찰받거나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당 업체의 견적 금액을 조정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먼저 수사가 진행됐다. 미국은 개인 3명 및 법인 2곳에 대해 기소했고, 지난해 6월 한·미 법무부와 대검찰청, 중앙지검장 관계자가 모인 간담회 이후 대검으로 수사 검토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수사첩보를 송부했다.
검찰은 같은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압수수색과 사건관계인 40여명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달 23~24일 미 법무부 출장 회의에서 최종 처분 범위 및 내용을 협의했으며, 심우정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 이후 이날 기소가 이뤄졌다.
USACE와 DLA 관련 입찰은 주계약자 법인이 하도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시행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입찰공고(주계약자), 현장실사(주계약자), 견적서 투찰(하도급업체), 낙찰업체 가선정(주계약자), 발주처 승인(발주처), 계약 체결 순서로 진행된다.

입찰담합은 업체들 간, 또는 주계약자와 낙찰 예정 업체 간 사전 협의가 진행된 후 낙찰예정업체가 타 업체에 들러리 요청을 하면서 이뤄진다.
업체들이 협의된 견적을 제출하거나 주계약자가 가담하는 경우 담합업체들에 대해서만 입찰공고 및 현장실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입찰절차를 통제한 뒤 최저가격을 제출한 낙찰 예정 업체가 계약업체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카르텔 형사집행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기반해 미 법무부 측의 검토 요청 및 자료를 이첩받아 우리나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한 최초의 사건이다.
우리나라 검찰과 미 법무부는 2020년 11월 18일 국제카르텔 등 초국경적 중대 불공정거래사범에 대한 효율적인 형사집행을 위해 양 기관의 형사집행 관련 공조를 강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 등이 담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국 각지 미군 기지에서 수년간 만연히 반복된 총 229건(한화 약 255억 원)의 하도급 용역 입찰담합 사건 전모를 규명했다"며 "향후에도 한미간 수사 공조체계를 견고히 유지하고, 초국경적 불공정행위에도 엄정히 대응해 사각지대 없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