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관광지인 그리스 산토리니섬에서 사흘 간 지진 200여 차례가 관측되면서 두려움을 느낀 주민들이 서둘러 섬을 빠져나가고 있다.
3일(현지 시각) AP 통신 등에 따르면 산토리니섬과 인근 아나피섬, 아모르고스섬 등에서는 지난 31일부터 2일까지 규모 4.6을 포함해 200회 이상의 지진이 감지됐다.
산토리니는 기원전 1620년경 대규모 분화로 화산재가 덮이며 고대 미노스 문명이 쇠퇴했다. 1950년 분화 이후로는 큰 화산 분화는 없었지만 여전히 활화산이다. 때문에 지진이 다수 발생하자 주민들은 화산 분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산토리니 화산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지진 활동의 패턴이 우려되는 상황은 맞다고 인정했다. 지진의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진원지가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현재는 지각 지진임에도 위험 수준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지진이 계속 이어지자 당국은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대규모 실내 모임이나 암벽이 떨어질 수 있는 지역을 피하도록 권고했으며, 호텔들은 잠재적인 건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영장의 물을 모두 비우라고 지시했다. 또한 섬의 주요 병원 등에는 텐트로 임시 대피소가 설치됐다.
소방 관계자는 “어젯밤 26명의 구조대원과 구조견 한 마리로 구성된 팀이 섬에 도착했다”며 “많은 주민들이 차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섬을 떠나기 위해 배와 항공편 구하고 있다. 새 항공편이 신설하면 단 몇 초만에 매진될 정도로 서둘러 섬을 떠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산토리니섬에 거주하는 모로코 여행 가이드 나디아 베노마는 “전에도 지진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이번은 다르게 느껴졌다”며 인근 낙소스 섬으로 가능 페리 티켓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섬 주민인 자니스 리뇨스는 “자리가 어디에도 없다. 추가로 나온 비행기 표는 1인당 300~350유로까지 값이 폭등했다”며 “좌석을 찾을 수 없다. 나는 정말 운 좋게 가족들 표를 구했다”고 전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지난 이틀 동안 최소 2000명 이상이 섬을 빠져나갔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최근 며칠간 매우 강력한 지질학적 현상이 나타났다. 섬 주민 여러분께 무엇보다 침착하게 당국의 주민 보호 조치에 따라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