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의 피자 맛집을 찾아줘.”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 강남에서 갤럭시의 첫 확장현실(XR) 기기 ‘갤럭시 XR’을 쓴 박유진 MX사업부 이머시브 PP그룹 프로가 말하자 행사장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은 뉴욕 풀턴스트리트에 있는 ‘케스테 피자 에 비노(Kesté Pizza e Vino)’로 이동했다. 스크린은 박 프로가 눈으로 보는 갤럭시 XR 화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박 프로의 시선을 따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욕 피자 가게 내부의 인테리어와 좌석 배치까지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삼성 강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글과 협업해 개발한 첫 XR 기기 ‘갤럭시 XR’을 공개했다. 갤럭시 XR은 스마트폰·스마트워치·태블릿PC에서 주로 사용돼 온 인공지능(AI)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 세계로 확장할 차세대 기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XR을 앞세워 모바일과 PC에서 키보드를 통해 찾아서 보던 세상을 목소리와 손짓으로 검색하고 눈앞의 가상현실로 보여줄 멀티모달 AI 시대를 열 계획이다. 애플과 메타가 앞서 관련 시장에서 제품을 출시했지만 삼성전자는 기존 안드로이드 플랫폼 생태계와의 호환성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SW) 간 최적화를 내세워 신시장을 주도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XR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XR’을 개발한 구글, 두뇌 역할인 ‘스냅드래곤XR2+ 2세대’ 칩을 담당한 퀄컴과 기획 단계부터 긴밀히 협업해왔다. 저스틴 페인 구글 XR 제품관리 총괄은 “삼성과 구글은 오래 협업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이번 제품을 두고는 전에 없는 방식의 협력을 이어왔다”며 “양사는 XR과 관련한 비전을 공유했고 모든 것을 공동 개발했다”고 말했다.

갤럭시 XR의 디스플레이에는 3552x3840 해상도의 4K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탑재됐고 고해상도 패스스루(Passthrough·눈앞 장면이 그대로 보이는), 공간·동작인식용, 안구 추적용 등 총 12개의 카메라가 내장됐다. 16기가바이트(GB) 메모리, 165GB 스토리지가 들어갔으며 배터리 전체 충전 시 기준 사용 시간은 최대 2.5시간이다.
XR 헤드셋은 장착이 불편했던 하드웨어를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XR은 무게가 애플 비전프로보다 100g가량 가벼운 545g,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적용돼 장시간 착용에 따른 피로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XR의 인터페이스에 따라 안드로이드 OS의 주요 애플리케이션도 기기에 맞게 특화된다. 예컨대 이날 현장에서는 안드로이드XR용 구글 맵을 켜자 상공에서 보는 입체 구글 지도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향후 더 많은 앱과 앱 내 콘텐츠를 안드로이드XR에 도입할 예정이다.
XR 기기용 콘텐츠 확보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어도비, 메이저리그야구(MLB), 미국프로농구(NBA), 어메이즈 VR 등 글로벌 주요 서비스와 연계한 XR 콘텐츠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과 연계해 XR 전용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XR을 통해 글자나 이미지는 물론 음성·영상 등을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멀티모달 AI 기술의 활용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김정현 MX사업부 부사장은 “우리가 XR을 10년 넘게 준비해왔는데 거기서 중요한 지점이 멀티모달 AI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구글과 협력한 이유도 멀티모달 AI를 디바이스에 가장 잘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XR로 선발주자인 메타와 애플을 추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SW와 칩 분야에서 각각 강자인 구글·퀄컴과 협업해왔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SW 간 최적화 등 제품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AI와 XR의 만남이고 이 두 기술의 결합이 어떤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경쟁의 승패에 중요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이 만날 때 가장 차별화된 제품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각종 기기를 통해 퍼져 있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디딤돌 삼아 빠르게 시장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설 계획이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갤럭시 XR은 안드로이드XR을 기반으로 모바일 AI 비전을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한층 끌어올리며 업계와 사용자 모두에게 일상의 기기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강남, 홍대, 신세계 대전, 신세계 대구 등 전국 7개 삼성스토어에서 체험존을 운영한다. 구매 고객에게는 △제미나이 AI 프로 △유튜브 프리미엄 △구글 플레이 패스 등 10가지 혜택을 증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