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XR' 첫 공개…애플·메타와 'XR 기기' 정면 승부

2025-10-22

삼성전자가 마침내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첫 XR 헤드셋 ‘갤럭시 XR’을 공개했다. 선발주자인 메타의 ‘퀘스트’, 애플의 ‘비전프로’에 이어 XR 주도권 경쟁에 본격 합류한 것이다. 특히 같은 날 애플이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비전 프로’를 공개하며 양사는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갤럭시 XR은 삼성·구글·퀄컴 3사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괄하는 기술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력은 물론 콘텐트 생태계까지 갖춰야 플랫폼화할 수 있다. 이날 김정현 삼성전자 부사장은 “XR은 혼자 할 수 없는 분야다. 생태계 조성과 기술 협력이 필수”라며 “4년 전 구글을 찾아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저스틴 페인 구글 XR 제품관리 총괄 역시 “하드웨어부터 시장 전략까지 원팀으로 개발한 전대미문의 콜라보”라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만들고 AI 경험 확장

갤럭시 XR의 OS는 3사가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이 최초로 탑재됐다. 구글 지도·포토·유튜브 XR 등 안드로이드의 기본 서비스는 물론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기능도 ‘갤럭시 XR’에서 구현된다. 애플이 비전프로에 독자 운영체제인 ‘비전 OS’를 탑재해 폐쇄형 생태계를 유지하고, 메타가 자체 ‘호라이즌 OS’로 독립 노선을 택했다면 삼성은 구글과 손잡고 모바일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XR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 기술도 끌어올렸다.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AI’ 기술과 구글 AI 비서 제미나이가 탑재돼 사용자와 기기 간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하다. 이날 행사장에서 시연자가 갤럭시 XR을 쓴 채 “제미나이, 뉴욕 명소인 맨해튼 브릿지로 안내해줘”라고 요청하자 마치 뉴욕에 순간이동한 것처럼 눈앞에 맨해튼 전경이 선명하게 펼쳐졌다. “피자 맛집 찾아줘”라는 요청에는 가게 내부 모습까지 구현돼 실제 식당 안을 들어간 것과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두뇌 역할을 하는 칩셋에는 퀄컴의 최신 칩인 스냅드래곤 XR2+ 2세대가, 디스플레이는 4K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이 탑재됐다. 비전 프로도 OLED를 탑재했으나 해상도가 갤럭시 XR보다 낮고, 가성비를 중시한 메타 퀘스트3는 애초에 액정표시장치(LCD)를 채택했다.

갤럭시 XR의 무게는 545g으로 메타 퀘스트(515g)와 비전프로(750~800g)의 중간 정도다. 당초 애플의 비전프로는 600~650g 수준이었지만 이날 새로 공개한 제품에는 M2가 아닌 애플의 최신 칩 M5를 탑재해 무게가 150g 정도 더 늘었다.

애플은 '쓴 맛' 봤는데 삼성은?

현재 XR 시장은 2019년 일찍이 제품을 출시한 메타(2분기 기준 71%)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일본 소니(6%), 중국 레이네오(5%), 애플(4%)이 뒤따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2월 XR 시장에 진출했지만 3499달러(약 500만원)라는 높은 가격과 600g이 넘는 무게 등의 사용 제약으로 시장 확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갤럭시 XR의 가격은 1799.99달러(257만원, 국내 출고가 269만원)로 애플보단 낮지만 499달러(71만원)인 메타 퀘스트3보단 높다.

삼성은 AI와 XR의 결합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현 부사장은 “가장 중요한 건 AI와 XR의 반응이고, 두 기술이 어떤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이후 메타버스 열풍이 한풀 꺾이며 XR 기기 수요가 둔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업계는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국가별 XR산업 동향 및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글로벌 XR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4억 달러(58조원)에서 2029년 620억 달러(89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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