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로빈슨 "글로벌 자유무역체제 작동 어렵다…APEC 중심 새 질서 구상"

2025-08-12

"지난 50년간 이어져 온 글로벌 자유무역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경제협력체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 질서를 구상해야 합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슨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보호주의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APEC이 참여국의 이익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PECC는 APEC의 주요 싱크탱크이자 공식 참관단체로, 올해 한국이 20년 만에 APEC 의장국을 맡으면서 이날 서울에서 총회가 개최됐다.

로빈슨 교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일시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주의가 퍼져나가며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혜택을 입었지만 고등학교 중퇴자 등 교육수준이 낮은 집단은 오히려 실질 소득이 줄어들었다”며 “특히 미국 남성 중 40%가 이같은 문제를 겪으면서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높은 무역장벽에 APEC과 같은 경제협력체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교수는 “자발성·개방성·비구속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APEC의 ‘열린 지역주의’ 원칙이 보호주의 강화 등 ‘닫힌 지역주의’로 회귀하려는 글로벌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주요국들의 경제적 연합을 통해 보호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유럽연합(EU)처럼 경제·정치가 통합된 국가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경제체(Economies) 개념을 사용하면 각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로빈슨 교수는 강연을 마친 뒤 기자단과 만나 “(미국의 무역 장벽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이 가진 리더십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착취적인 정치 환경에서 경제 발전에는 한계가 분명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분야에서 단기간 기술력 확보에 성공할 수는 있지만 세계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지속력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총회는 로빈슨 교수의 특별 강연 이후 글로벌 통상·인구구조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총회의 결과물은 '여의도 선언문'으로 정리해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선언문에는 △AI 활용 방향성 정립 △회원 경제체 역량 강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무역 패러다임 모색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 전략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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