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PU는 21세기의 석유다.” 이 말은 실리콘밸리에서 상투어가 되어가고 있다.
AI의 핵심 연상장치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 시대의 ‘정유권’과 같다.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한국에 26만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난 속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GPU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이 화려한 진전은 단순한 산업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이 이제 AI라는 새로운 경제·사회 인프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문명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머지않아 AI 시스템이 운영하는 경제 환경에서, 우리는 더는 전통적 의미의 ‘직원’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호출되는 ‘독립계약자’로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인간의 의사결정·생산·관리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하루 8시간씩 일하는 정규직 상근 근로자는 설 자리가 줄어들고, 프로젝트 단위 계약이 표준이 되는 ‘긱 경제(gig economy)’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긱 경제는 ‘일에서 해방’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지니지만, 동시에 일에서 성취감과 안정성을 얻어온 인간의 존엄을 위협한다. 이미 미국은 그 충격을 실시간으로 겪고 있다.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 기업의 감원 규모는 15만3074명으로 전월 대비 183%, 전년 동월 대비 175% 증가했다. 2003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주요 원인은 AI 자동화였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그려낸 중년 직장인의 불안은 AI 시대에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김 부장이 더는 회사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호출되는 ‘긱 노동자’가 될지 모른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사회 질서 전체를 뒤흔드는 전환의 서막이다. GPU 26만장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한다. 그러나 같은 기술이 생산성의 폭발과 일자리의 붕괴라는 양극의 결과를 동시에 낳을 수 있다. 시장 전체는 호황을 맞겠지만, 개별 노동자의 안정성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민주적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한다. 그 원칙이 살아 있으려면,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노동시장 변화 분석, 재교육과 전환 지원, 사회안전망 재설계, 교육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김 부장이 내일도 회사 사람으로 출근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오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GPU 26만장이 가져올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골든타임이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김 부장과 우리 모두의 내일을 만든다.
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KAIST 겸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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