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차익 노린 공모주 투자, 시장 왜곡"... 의무보유 확약·주관사 책임↑

2025-01-21

당국-유관기관, IPO·상장 폐지 세미나

기관 의무보유 확약 20%→40% 확대

수요 예측 자격 강화... 추가 개선 검토도

주관사 '흥행' 집중 행태 방지... '책임' 무게

2분기 내 협회·거래소 규정 개정 예정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유관기관이 IPO(기업공개) 제도 개선안 추진에 속도를 낸다. 공모주 투자가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가 아닌 '기업 가치'를 기반으로 한 투자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1분기 내 금융투자협회 규정이, 2분기 내에는 한국거래소 규정이 개정된다. 우선 시행 가능 항목은 4월부터, 추가 준비 기간이 필요한 항목은 적어도 7월부터 시행될 방침이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콘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후원하는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상장 폐지 제도 개선 공동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금융당국, 유관기관장을 비롯해 학계, 업계 등 다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PO·상장 폐지 제도 해외사례와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IPO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과도한 경쟁이 수혜주 단계에서부터 공모주 과열 양상을 만들고 변동성을 대폭 키우고 있는 모습"이라며 "특히 수요 예측 과정에서 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짐과 함께 가치 대비 높은 가격이 설정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그는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쏠림 현상도 지적했다. 공모 예정가에 따라 대규모로 몰리거나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 등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물론, 단기차익만을 기대하는 매도세로 주가 폭락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간 국내 IPO 시장에서는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가 주를 이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투자 양상이 시장 내 빈번이 주가 왜곡을 발생시킨다는 평가다.

기관 투자자가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에 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수요 예측 과열, 적정 공모가 저해 등의 시장 불신 요소가 늘어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같은 매도 양상은 공모주 주가의 급등락을 가져온다. 기관 투자자들이 다수의 물량을 매도할 시 상장 당일 주가가 급등한 뒤 대폭 하락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주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상장 다음 날부터의 주가 변화분이 지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가지수 산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선 방안으로는 ▲기관 투자자 의무 보유 확약 확대 ▲수요예측 참여 자격과 방법 합리화 ▲주관사 역할과 책임 강화 등의 세 가지 방향이 제시됐다.

의무보유 확약이란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선배정받은 주식을 상장 후에도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뜻한다. 현행법에서는 의무보유 확약 기간에 따라 공모주 배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적용 가점은 ▲3개월 5점(1점 대비 5배 배정, 가중치 개념) ▲1개월 4점 ▲15일 1.5점 등이다.

그럼에도 기관 배정 물량 중 확약 물량 비중은 평균 19%에 그친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코스피 시장 7개사, 코스닥 시장 70개사가 IPO를 진행했는데, 의무보유 확약 물량 시장별 평균 비중은 각각 48%, 16%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기관 배정 물량에서 확약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9%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해 각각 7개사, 70개사가 상장됐는데, 각 시장별 의무보유 확약 물량 평균 비중은 각 48%, 16%에 그쳤다.

정형규 금융투자협회 상무는 "보다 적극적인 의무보유 확약 유도를 위해 우선 배정 제도를 신설하고 가점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기관 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 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한다. 기존 약 20%였던 확약 비중을 올해 말 30%, 내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정 상무는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해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에 일정 물량에 대한 보유 의무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가점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가점을 확대한다. 6개월간 배정 물량을 보유하고 있겠다 확약하는 경우 7점의 가점이 부여될 예정이다. 이어 ▲3개월 5점 ▲1개월 3점 ▲15일 2점 등이다.

정책펀드의 의무보유 확약도 확대한다. 기존 공모 물량의 5~25%의 별도 배정 혜택이 부여됐던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에 대해 상장 당일 매도하면서 단기 차익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 배정 혜택은 15일 이상의 의무 보유 확약을 한 물량에 대해서만 부여한다.

정 상무는 "확약 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협회 제재를 수요예측 참여 제한 위주로 운영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제재 강화를 위한 세부 제도를 설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기관 투자자의 수요 예측 참여 자격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사모운용사와 투자일임회사에 대한 강화된 고유재산 참여 자격을 펀드, 일임 재산 등 참여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지난 2016년 수요예측 참여 가능 기관으로 사모펀드와 투자일임회사 등이 포함됐는데, 이후 참여 과열에 따라 2022년 자격이 일부 강화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기업 가치 평가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많아 비생산적인 과열을 야기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도 개선 시 사모운용사는 총 405곳 중 69곳, 일임사의 경우 총 284곳 중 55곳이 강화된 자격 요건에 해당한다. 단, 사모운용사와 일임사가 3개월 이상 의무 보유 확약을 할 경우 펀드 일임재산 참여 자격은 기존 요건으로 유지된다.

만약 해당 방안 발표일 이전에 설정된 펀드나 일임계약이라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강화된 요건이 면제되기도 한다.

정형규 상무는 "이번 제도 개선 이후에도 참여 과열 현상의 완화 여부를 평가하면서 필요하다면 일평균 총위탁 재산 요건의 상향 조정 등 추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간접 구조의 펀드라면 투자펀드 주금납입능력에서 '피투자펀드 출자 금액'을 제외해 능력을 초과하는 중복참여를 방지한다. 또 거래 실적이 없고 실체성 파악이 어려운 외국 기관 투자자는 공모주 배정 시 주관사가 제외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눈치 보기(수요예측 마지막 날 참여 쏠림)' 현상 방지와 선제 참여 유도를 위해 도입한 '초일 참여 가점제'도 다듬는다. 기존 1일차 3점, 2일차 2점, 3~5일차 1점이었던 가점을 1~3일 1.5점, 4~5일 1점 등으로 낮추는 식이다.

정 상무는 "특정일에 쏠리지 않고 1~3일에 골고루 분배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주관사인 증권사들이 IPO 흥행만을 실적으로 삼고 있다는 데에 대한 지적이 지속 제기돼 왔다. 경쟁 속 딜을 따내기 위해서 고객 기업 공모가를 가치 대비 높게 제시함으로써 공모자금을 늘리고, 이것이 관행으로 자리했다는 평가다.

정형규 상무는 시장 투명화, 정상화 등을 위해 코너스톤투자자 제도와 사전수요예측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현재 홍콩, 싱가포르, 유럽 등에 도입된 제도로 정보 비공개 약정을 체결한 후 향후 공모가격을 수용하는 방식의 제도다. 또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하므로 중장기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사전수요예측제도는 기관투자자의 투자 수요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허용해 공모가 밴드 설정 단계에서부터 시장 평가를 고려하는 제도로, 미국에서 주활용된다.

정 상무는 "법 개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불공정거래, 이해 상충 예방 등 구체화 필요 사항도 하위법령에 마련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IPO 주관사의 내부 기준 마련 시 ▲의무 보유 확약 우선 배정 방법 ▲그룹 설정 및 그룹별 할당 기준 ▲가중치 부여 기준 ▲예외 적용 기준 ▲내부 승인 체계 ▲자료 보관 방법 등의 필수 포함 요소 등을 구체화한다.

아울러 주관사의 사전 취득 주식에 대해서는 가격 괴리율 기준을 기존 50%에서 30%로 축소한다. 의무보유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까지 확대해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 상무는 "올해 1분기 내로 협회 규정을 개정하고 2분기 안으로는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완료하겠다"며 "법률 개정 사항인 코너스톤투자자, 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은 올해 상반기 법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시행 가능한 내용은 4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며 "시스템 개편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한 내용은 적어도 7월 1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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