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병 팔은 '깜지'돼 있었다…1000일 만의 눈물 장례식 사연

2025-10-29

28일 오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故)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55)씨는 아들의 검시 때 모습을 이렇게 떠올렸다. 김 이병은 육군 12사단 52여단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에서 간부와 선임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지난 2022년 11월 28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검찰, 경찰, 육군수사단 등 조사에 따르면 간부 및 선임병 등 괴롭힘 가해자들은 김 이병에게 “총으로 쏴 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하거나, 중국 유학으로 한국말이 서툰 김 이병을 조롱하기도 했다. 또 소초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담긴 ‘33노트’를 외우라고 강요했는데, 김 이병의 팔엔 ‘깜지’ 형태로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날부터 사흘간 김 이병의 뒤늦은 장례식이 진행된다. 사망 이후 약 1060여일 만이다. 유족들은 진상 규명을 위해 장례를 미뤄오다가 지난 3월 순직 결정이 나고, 추모비 건립이 협의되면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빈소엔 앳된 얼굴에 새파란 티셔츠를 입은 김 이병의 영정 사진이 걸렸다. 군복을 갖춰 입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김씨는 줄곧 무표정했다. 김 이병의 어머니와 형은 수시로 눈물을 훔쳤다.

순직 인정됐지만 “죽음엔 등급 없다”

김씨는 아들에 대해 “머스마인데 딸 역할을 다 했다”고 회상했다. 김 이병은 엄마, 형과 함께 만화 보는 일이 취미일 정도로 살가웠다. 사고 이후 김 이병의 어머니는 울며 지내다 2년째부턴 정신과 약을 먹어왔다. 몽유병이 발병해 자던 중 베란다 밖을 내다보며 서 있는 일도 잦았다. 김씨는 “식구가 다 분해되는 느낌”이라며 “하루 열두번씩 다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냉동고에 있는 아들을 보고 오면 ‘하는 데까지 해야지’라고 결심한다”고 털어놨다.

김 이병은 지난 3월 ‘순직 3형’을 인정받았다. 군인사법상 순직 유형은 3가지로, 순직 3형은 국가 수호 등과 직접 관련 없는 직무 수행 중 사망했을 때의 등급이다.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이 순직 2형으로 인정된 것 외에는 군 내 자살은 대부분 3형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김씨는 “내 아들이 3등급이 아니고 1등급이라고 설득해야 하는 과정조차도 모욕적”이라면서 “죽음엔 등급이 없다. 유족으로선 모두 똑같은 죽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GOP 앞 추모비 ‘존중·배려’ 새겨

이날 오전엔 김 이병이 숨진 강원 인제군 12사단 52보병여단 GOP 앞에서 김 이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군 내 인권침해 사건에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한 유족의 뜻에 따라서다. 추모비엔 ‘존중·배려’가 새겨졌다. 30일 영결식은 3군단장이 주관할 예정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 이병 사건이 언급된 뒤 종전 12사단장에서 격상됐다고 한다.

지난 24일 춘천지법 형사1부는 김 이병 사망 사건 가해자들의 모욕 및 협박 등 혐의 항소심에서 김모씨(1심 징역 6개월), 민모씨(징역 4개월), 송모씨(징역 6개월)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형을 유지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강원경찰청과 춘천지검이 진행했다. 지난해 2월 춘천지검은 이들을 모욕죄, 초병협박죄, 강요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를 지속해서 협박해 죽음에 이르게 한 중대성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을 때 턱없이 가벼운 처벌”이라며 “가해자가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선례가 있어야 사고를 은폐하기 급급한 군 문화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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