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생경제 회복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축으로 하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놨지만 탄핵 국면이 전개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에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다계좌 허용 등 법안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상당하지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한동안은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쉽지 않다.
2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통상 해오던 것에 비해 법률 개정사항이 많지는 않다”며 “우선 국회와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부터 정책방향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 구도를 유지하고 있어 법안 제·개정 논의가 사실상 멈췄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탄핵 소추가 인용될 경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도 문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과제에 맞춰 경제정책 방향을 새로 짜야하기 기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 제·개정이 꼭 필요한 사안들은 추진 일정을 하반기 이후로 잡는 방식으로 불확실성을 피했다. 기재부는 맞벌이 부부의 월세를 두 명 모두 공제해주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공제 기준은 2025년 세법개정안에 담겠다고 발표했다. 통상 세법개정안은 7월에 발표해 연말 정기국회에서 통과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계획대로 추진된다 해도 내년에나 시행되는 셈이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제정하겠다고 밝힌 기업승계법, 노동약자 지원법의 입법 일정도 ‘연내 추진’으로 넉넉히 잡아뒀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국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단하기 난해한 상황”이라며 “당장 필요한 것은 시행령 등으로 해결하고 입법 사안은 중장기적 과제로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이던 밸류업 프로그램도 힘이 빠지게 됐다. 주주환원촉진세제와 ISA 세제지원 강화 등의 세제 지원 정책은 당장 입법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기재부는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설득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을 기점으로 펼쳐진 혼란 자체가 환율 급등과 외국인 투자자 유출의 원인이 되는 등 정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가중하고 있다.
관계기관과의 협의도 쉽지않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ISA 가입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1인 1계좌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기재부는 올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시행할 때 지방은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했으나 금융권의 우려에 경제정책방향에는 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