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렌트비 28%나 올린 리스팅 등장
보험료 2배 올리면 집값 7% 하락 추정
지난해 주택 시장은 높은 모기지 금리와 집값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해 주택 시장 전망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소폭이라도 매물이 증가하고 모기지 금리가 낮아지면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일반적이었다. 올해 변수로 꼽힌 것은 경제 상황이었다. 여기에 LA 산불이 주택과 비즈니스 1만 채 이상을 삼키면서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등장했다. 참사가 끝나기도 전에 후유증을 전망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당장 피해자들은 새로운 거주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LA 산불 영향
사상 최악의 산불이 LA를 휩쓸었다. 주택가를 삼킨 산불은 하루가 다르게 피해를 키웠고 후유증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벌써 LA 지역 렌트비가 적게는 8%, 많게는 12%까지 오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재해 뒤에는 렌트비가 올랐다. 뉴올리언스의 경우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몇 년 동안 렌트비가 33% 이상 뛰었다. LA산불 피해를 뉴올리언스의 재해와 비교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시적으로는 현재 렌트비 상승률인 1% 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LA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엔시노의 4베드 하우스의 리스팅 렌트비는 지난 3일 월 9000달러였다가 산불 피해가 커진 이후 월 1만1500달러로 뛰었다. 산불을 전후로 약 28% 급등했다.
또 다른 렌트비 상승 이유는 건설 인력 유입이다. 이번 산불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주택 건설 인력이 적지 않게 필요하고 이들의 수요가 한동안 렌트비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비상사태가 선언되면 가격인상은 10%로 제한되지만 렌트 시장에 산불 피해자의 유입이 많아지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렌트비의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산불 피해가 매물 부족과 집값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피해 지역에 부촌이 많아 영향이 비슷한 지역으로 한정될 수도 있다.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톱스타를 고객으로 둔 한 고급주택 전문 에이전트는 18시간 동안 38건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말리부의 집을 잃은 이들이 많았고 알테디나의 피해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새집을 구매하려는 지역은 뉴포트비치와 오렌지 카운티였다.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심리적 효과다. 대규모 피해 이후 매매를 망설이거나 자연재해 위험이나 보험 등을 더 꼼꼼히 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에서 보험 영향력 증대
산불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내린 첫 번째 조처 중 하나가 피해 지역에서 주택 보험 취소 금지였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 피해로 주택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피해가 워낙 크다 보니 보험사도 모델링으로 산정한 위험과 재보험 비용 상승을 반영하리라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은 일반적으로 집값 하락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100만 달러이고 주택 보험료가 연 5000달러를 가주의 전형적인 주택이라고 볼 때 보험료를 2배로 올리면 주택 가치는 7% 정도 하락한다고 본다.
정부의 보험 취소 금지 조처에도 전례 없는 피해와 보상의 후폭풍으로 보험사들이 철수하는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지역일수록 보험의 집값 결정 비중이 커진다.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해 스테이트팜이 퍼시픽 팰리세이드 일부 지역에서 철수한 뒤 주택 매매 중간 가격이 16% 하락했다.
지난해의 사례는 이번 산불 이후 보험회사들의 보험 취소나 보험 갱신 포기, 철수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준다.
▶경제 상황의 변화
올해 들어 발표되는 지난해 12월 경제 지표는 여러 면에서 전문가 예상치와 다르게 나타났다. 지난 10일 나온 고용은 전월 대비 25만6000명이 증가했다. 전망치 15만5000명을 크게 넘어섰다. 실업률은 4.1%로 예상치 4.2%보다 낮았다. 고용이 예상보다 튼튼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었고 모기지 금리 하락 전망도 약해졌다. 주택 매매에는 좋지 않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뒤 공약대로 관세를 인상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0일 발표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3%로 크게 뛰었다. 지난달엔 2.8%였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모기지 금리는 2023년 10월 8%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다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프레디맥 데이터가 집계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고정금리 평균 금리가 4.09%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6%대 후반에 머물던 모기지 금리는 지난달 말 6.85%까지 올라갔다가 새해 들어 약간 낮아져 시장에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리얼터닷컴은 올해 평균 모기지 금리가 6.3%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가 연말엔 6.2%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주택 매매가 1.5% 증가하리라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새해 들어 나온 지난달 경제 수치는 모기지 금리의 하향 안정세 전망과 이로 인한 매매 증가 전망을 관망세로 돌려놓았다.
안유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