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탄 상처 노린 악행 중단해야

2025-01-16

LA 등 남가주 지역에서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한 지 열흘째다. 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역대 최악을 향하고 있다.

5개 지역 산불 중 해변가 ‘팰리세이즈 산불’과 알타데나 지역을 덮친 ‘이튼 산불’로만 24명이 숨졌고 37명이 실종상태다. 임야 3만8000에이커, 건물 1만3000여 채가 잿더미가 됐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은 8만8000명에 달한다. 화마의 끝은 아직 기약이 없다. 진화에 8000명이 투입됐지만 불길은 통제불능이다. 설상가상으로 강풍이 또 휘몰아친다고 한다.

지금 피해자들에게 재난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다.

피해 지역에 약탈범들이 들끓고 있다. 2개 산불 지역에서만 절도 등으로 40명 이상 체포됐다. 이중 몇몇은 소방관 복장을 하고 피해 지역을 쇼핑하듯 털었다고 한다.

피해 지역을 도우려는 선의를 악용하는 기부 사기도 성행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단체와 유사한 이름을 써서 기부자를 속여 후원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정부는 비영리단체 평가 인증기관 BBB(bbb.org)를 통해 신뢰할 만한 단체인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이들은 또 있다. 일부 건물주들이다. 산불 인근 지역의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 렌트비가 최근 폭등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정의로운 경제 전략 행동(Strategic Actions for a Just Economy)’에 따르면 산불 이후 올려진 임대 광고중 최소 400여개 이상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평균보다 최소 30%에서 많게는 75%까지 임대료를 올렸다. 이 단체에 따르면 LA한인타운 인근 한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2400달러였던 렌트비를 3개월 만인 1월9일자 광고에선 3300달러로 900달러 인상했다. 앞서 개빈 뉴섬 주지사는 산불 피해 지역의 렌트비의 인상 상한선을 10%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욕심은 법을 넘고 있다.

다행히 아파트 소유주협회에서는 협회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10% 이상 렌트비를 올릴 경우 가주 법무부에 고발하고 기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일터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막막한 미래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올바른 대처가 필요한 때다. 소방당국은 조속한 진화에 최선을 다하고, 사법당국은 불법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피해들에 대한 경제적·정신적 지원도 지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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