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인 2022년 4월 첫째 주 칼럼에 '테슬라 자율주행 카메라, 라이다 이길까?'라는 제목으로 자율주행 기술에서 '카메라 대 라이다'의 경쟁을 다룬 바 있다. 현대차는 라이다 자율주행을 포기하고 카메라를 선택했다는 소식이다. 카메라 자율주행을 선택한 현대차를 적극 지지한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부터 자율주행 사업부 내 라이다(LiDAR) 기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소식이다. 라이다 대신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편 2022년 현대차에 인수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 대표 및 현대차 사장을 겸임 중인 송창현 사장이 이 카메라 자율주행 사업을 주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중에는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포티투닷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경영전략 아니냐”는 의혹이 떠돈다. 카메라 자율주행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 투자로 포티투닷 유형자산을 늘리려 한다는 의혹이다. 현대차의 카메라 전환은 옳은 선택일까?
카메라는 2D 동영상 촬영에 불과하다며 라이다의 정밀한 3D 거리 계측능력에 점수를 주는 사람이 많다. 라이다는 레이저 광선을 잘게 조각낸 펄스로 발사하고 반사 시간 측정으로 반사체까지의 거리를 산출한다. 카메라는 '수동적 2D', 라이다는 '능동적 3D' 장비다. 라이다는 3D 형태인식이 가능하고 작은 물체도 탐지한다. 사람은 두 눈으로도 목표물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잴 수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라이다의 1승이다. 라이다 가격도 많이 내렸다.
아니다. 정밀 3D 거리 계측기인 라이다엔 한계점이 많다. 첫째, 태양의 가시광선은 라이다의 레이저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고, 파장의 스펙트럼도 훨씬 풍부하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로 '점묘법' 영상을 만들지만, 태양광은 '극사실주의' 화풍을 구현한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해상도가 높다. 둘째, 라이다는 레이저 반사 정보만을 이용해, 태양광의 일부는 흡수하고 일부는 반사한 결과인 '색상'은 구분 못하는 '색맹'이다. 셋째, 낮은 해상도의 '점묘법' 거리측청만으로는 물체의 정확한 '인식'과 '식별'이 어렵다. 대상체의 '표면 질감'을 볼 수 없고, '물체의 연속성'을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이다는 대상체의 '흑백 점묘법 3D 표면 윤곽'만 비슷하면 같은 물체로 인식한다. 건널목 앞의 사람과 그 옆의 마네킹을 구별하기 어렵다. 물체의 '인식'과 지식을 결합해 그 물체의 속성과 행동 패턴을 선제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자율주행에 필수적이다.
넷째, 겹쳐진 두 물체도 하나의 '합체'로 인식한다. 다섯째, 레이저를 반사한 물체의 뒤에 가려진 물체는 탐지할 수 없다. 그건 카메라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앞 물체에 가려져 조금만 보이는 뒤쪽 물체도 잘 '인식'한다. 눈은 단순히 영상만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 영상 속 객체(Object)들을 인식(Recognize)해 그 속성을 파악하며, 첫눈에 오인식된 객체도 시시각각의 정보처리와 교정을 통해 끊임없이 재인식한다. 고해상도 영상, 물체의 연속성과 개별성, 색상과 표면질감, 객체화된 물체에 대한 지식과 경험, 물리세계 법칙의 이해에 기반한 객체의 행동패턴을 끊임없이 추론하고 재인식하므로 '부분'만 보고도 '전체'를 인식하고, 어떤 행동패턴을 보일지 추정할 수 있다. 자율주행에는 거리가 정확히 몇 ㎜인지 보다, 앞에 놓인 객체들이 무엇이고 어찌 행동할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섯째, 사물의 객체화 없이 표면만 재구성하는 라이다는 정보처리 목표의 '최종게임'이 불분명해, 장비 의존성이 크다. 장비가 변경될 때마다 소프트웨어(SW)를 수정해야 한다. 송 사장 말처럼 “엔드투엔드 설계가 가능한 카메라가 적합하다.”
눈은 약 5억년 전 캄브리아기에 출현했다. '점묘법'을 쓰는 곤충의 겹눈에서 '극 사실주의 렌즈'를 쓰는 척추동물의 눈까지 진화하는데 약 3억년이 걸렸다. 3원색과 양안 입체시각의 진화에도 시간이 걸렸다. 대량 정보처리를 위해 많은 영양 섭취를 요하는 큰 뇌가 진화했다. 캄브리아기 '시각 무기 경쟁(Visual Arms Race)' 발발로 35억년의 지루한 진화를 마친 지구의 생명은 '상상력'을 펼쳤다. 정교하고 복잡한 수많은 생명군이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극 사실주의 실물영상' 카메라를 기준점에 두고 라이다와 레이더를 보조장비로 통합함이 SDV 실현에 더 적합하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