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비자 정책과 대기 시간이 글로벌 축구 팬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2일 “현재 미국은 비자 인터뷰 대기 시간이 최대 700일에 이르는 국가도 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해외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이 강화되면서, 일부 국가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입국 제한이 가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은 “현재 비자 정책이 유지된다면 상당수의 해외 팬들이 합법적으로 티켓을 구매하고도 입국을 거부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2026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선수, 관계자, 팬들이 차별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에게 서한을 통해 약속했다. 디애슬레틱은 “그러나 트럼프는 2025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미국 내 이민 정책과 비자 심사 과정이 한층 엄격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현재 주요 국가들의 비자 인터뷰 대기 기간은 다음과 같다. 콜롬비아 700일, 터키 560일, 모로코 332일이다. 매체는 “남미와 아프리카 주요 축구 강국들이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 대상이 아니다”며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우루과이, 멕시코, 모로코 등 상당수 국가의 팬들이 월드컵 티켓을 구입하더라도 비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FIFA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하이야 카드’ 제도를 도입해 티켓 소지자에게 자동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FIFA의 유사한 제안(월드컵 전용 비자 시스템 도입 등)을 거부했다. 미국 정부가 이 제안을 거부한 이유는 “국가 안보 문제”였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카타르나 러시아 같은 국가와는 달리, 미국은 입국 심사를 엄격히 유지해야 한다”며 FIFA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FIF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쉥겐(유럽연합) 스타일 단일 비자 시스템’ 도입도 요청했으나, 이 역시 미국 정부로부터 거부당했다. FIFA는 “2026년 월드컵이 미국 경제에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월드컵을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벤트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2026년 월드컵이 ‘미국인들만의 축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여행협회(USTA) 대표 제프 프리먼은 “현재 미국을 찾는 해외 방문객의 45%가 비자가 필요한 국가에서 온다”며 “비자 대기 시간이 이렇게 길다면 해외 팬들이 아예 올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현재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 대상 국가(일본, 한국, 유럽 주요국 등) 팬들은 비교적 쉽게 입국할 수 있지만, 중남미와 아프리카 팬들은 여전히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국무부 관계자는 “월드컵 티켓만으로는 입국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팬들은 안정적인 직업, 해외 여행 기록, 재정 상태 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26년 월드컵 외에도 2025년 라이더컵(골프), 2028년 LA 올림픽, 2026년 미국 독립 250주년 행사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국제적인 이벤트로서의 흥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여행협회는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백악관이 주도하는 정부 태스크포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지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전직 외교관 머피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월드컵이 ‘미국인들만을 위한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