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2024-10-09

시각장애인으로서 존재방식 터득

불편한 문제 속 사랑하는 법 배워

시력을 잃어가는 저자의 회고록이자 ‘시각장애’라는 주제로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장대한 탐구다. 그는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존재 방식을 배워가며 사랑, 가족, 예술, 기술, 정치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돌아본다.

10대 시절 저자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느리지만 꾸준히 시력이 사라지는 이 병으로 인해 그가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는 조금씩 사라진다. 아들의 졸업식과 아내의 미소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슬픔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아직 미지의 세계이지만 언젠가 자신이 살게 될 ‘눈먼 자들의 나라’에 과감히 발을 내딛기로 결심한다.

책은 시력 악화를 겪으며 완성한 저자의 첫 저서이며 출간 직후 언론으로부터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멋진 여행’,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가교 역할을 할 이야기’, ‘알고 있다고 확신했던 모든 것을 뒤집는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장애인 글쓰기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저자의 고백은 무엇이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고, 기쁨과 슬픔을 만드는지에 대한 성찰로 독자들을 이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조건들이 사라질 때, 일상은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의 일상은 가족과 젠더, 장애와 무능력에 대한 통념들이 떠받치고 있다. 저자의 가족은 이런 통념들이 사라진 곳에서 돌봄과 사랑의 방식을 찾는다. 그의 아내는 저자가 넘어지지 않게 자신의 신발을 항상 옆으로 치워두고, 편하게 음식을 찾을 수 있도록 냉장고를 정해둔 체계로 정리한다.

저자는 점자를 배워 예전처럼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매끄럽게 정리된 세계가 아닌 불편한 문제들이 산적한 세계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는 이러한 일상의 변화를 보여주며 가족, 사랑, 젠더에 대한 통념은 언제든 깨질 수 있고, 그 파열의 순간 더 넓은 세계와 관계를 상상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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