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송현] 협업으로 빚어가는 더 나은 미래

2025-11-25

“삼촌, 근데 AI가 뭐예요?” 인공지능(AI) 시대의 문을 연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공동설립자 무스타파 슐레이만은 호기심 많은 여섯 살 조카가 던진 이 질문에 잠시 말을 잃었다고 한다. AI가 일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를 넘어 이제는 동료이자 동반자가 되고 있지만 정작 AI 개발자로서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쉽게 답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카의 질문에 슐레이만이 현재까지 찾은 답은 “AI는 우리 모두와 같다(AI is all of us)”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AI가 창의성이나 공감력을 갖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AI는 우리의 언어로 대화하고 기억하며 인간의 개성·창의성·공감능력을 비롯한 우리의 모든 것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영역의 경계가 어느새 허물어지고 AI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물리적 세계로 거침없이 확장되는 추세에서 이제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이처럼 과학기술과 AI가 개인의 삶과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지금, 앞으로 다가올 다방면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어느 한 부처만의 몫으로 끝날 수 없다. 이에 기술의 격변 속도에 맞춰 국가 역량을 끌어올리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결집하고자 한다. 지난달 과학기술부총리 체제가 출범한 것도 이러한 판단의 연장선이다. 필자는 국가 과학기술과 AI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로서 모든 부처를 하나의 목표로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24일 부총리 체제 출범 이후 첫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 상정된 ‘AI 민생 10대 프로젝트’와 ‘과학기술×AI 국가전략’ 등의 안건들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국가 AI 대전환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그 출발점에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현장은 각 부처의 고민과 정책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공유하며 미래 전략을 함께 설계하기 위한 열기로 가득 찼다. 그 뜨거움에 부처 간 칸막이는 어느새 녹아 사라지고 ‘누가 맡은 일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보다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그리는 것에 모두가 집중했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단순한 정책 협의체를 넘어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부의 협업과 실행 플랫폼이 될 것이다. 국가 어젠다와 지향점을 설정하고 분야별 고유성을 존중하면서도 위원들 간 토론과 조율을 통해 성과를 이뤄가는 범정부 협업 문화를 강화할 것이다. 또 필요한 경우 민간 혹은 지방정부의 의견도 가감 없이 듣고 토의할 것이다. 정부가 먼저 하나 돼 움직일 때 국민은 과학기술과 AI의 혜택을 더 빠르게 체감하고 국가는 기술 패권 경쟁의 거센 파도 속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내일 새벽 대한민국은 우리의 독자 기술로 만든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로켓은 수십만 개의 부품 중 단 하나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발사 자체가 취소된다. AI 시대의 과학기술 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느 한 부처만 속도를 낸다고 혁신이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부처가 제 역할을 하면서 국가 AI 대전환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완벽한 원팀으로 움직일 때 AI 3대 강국,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의 도약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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