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을 키운 세력들

2025-02-06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은 극우 무리의 숭배 대상이 된 윤석열이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일 때 국회에 낸 답변이다.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 ‘군대 내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형법 제92조의 6항 폐지’를 두고 한 말이다. ‘차별금지법에 찬성/반대한다’ 같은 알맹이는 빠진 원론적이고 의례적인 답변이었는데도 당시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등은 성명서를 내고 “동성애와 동성혼을 옹호했다”며 임명 취소를 요구했다.

한때라도 저 말을 윤석열이 했다는 걸 믿기 힘들게 된 세상이다. 극우화 끝판이 내란 수괴 피고인 윤석열이다. 12·3 비상계엄 12일 전인 지난해 11월2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는 한국 사회, 정치, 종교 부문의 극우화, 차별과 혐오 강화의 연결고리를 드러낸 시공간이다. 윤석열 외 ‘계엄사령관’ 박안수, ‘윤석열 옹호인’ 국민의힘 의원 윤상현 등이 참석했다. 계엄 사태 후 이른바 ‘내란 (동조) 세력’의 핵심 인물들이 한데 모인 자리라는 게 새삼 주목받았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형용모순의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도 갔다. 이날 주요 의제도 ‘차별금지법 반대’다.

개신교 6개 교단이 돌아가며 낭독한 연합 기도 중 한 구절은 “동성결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등 창조 질서와 헌법을 거스르는 모든 위협을 막아달라”였다. 윤상현은 “(성소수자의) 소수 인권을 위해 국민 대다수의 보편적 인권이 무시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모든 사람에 두루 미치며 나눌 수 없는 ‘보편의 인권’을 갈라치기 하며 교계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이날 발언은 순한 맛이다. 지난해 6월1일 ‘성오염(성혁명) 등 동성애 폐해’를 알린다는 취지로 열린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때는 차별금지법을 두고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애를 합법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악법”이라고 했다.

이런 윤상현에게 “잘하면 대통령 되겠어”라고 한 인물이 바로 목사 전광훈이다. 윤상현은 전광훈 집회 무대에도 자주 등장했다. 이 무대는 부정선거론 못지않게 차별금지법 반대론으로 넘쳐난다. 전광훈의 혐오와 차별의 언행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물리적 폭력 양상으로 드러난 게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부정선거론’과 ‘내란 동조’ 틀로 보는데, 근원의 차별과 혐오 문제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전광훈의 극우 성향 정당 ‘자유통일당’으로 출마한 자국민보호연대 대표 박진재가 전국 각지를 돌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이들을 강제로 붙잡고 폭력도 행사했다가 잡혀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게 한 예다. ‘보수 개신교’든 ‘극우 개신교’든 차별금지법 반대로 똘똘 뭉쳤는데, 전광훈류의 극우 세력이 앞장서 물리적 폭력을 담당하며 전위 역할을 해왔다.

전광훈류와 폭력은 극우의 힘으로만 확산한 게 아니다. 점잔 빼는 보수 세력과 그때그때 편의적으로 진보와 중도, 실용을 말로만 오가는 세력이 함께 키웠다. 더불어민주당도 차별금지법 문제를 두고는 전광훈류에 ‘방화벽’을 치지 않았다. 방관, 방조, 침묵, 동조했다. 저 국가조찬기도회 자리에는 민주당 송기헌도 참석했다. 법사위원이던 2020년 10월엔 “(차별금지법안이) 헌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민주당 주요 정치인이 이들 세력에 힘을 실어줬다. 2016년 비상대책위원이던 박영선은 전광훈 앞에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이슬람 관련 법은 저희도 다 반대한다”고 했다. 김민석은 지난 총선이 끝나고 국민일보에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도 견지하겠다”고 했다. 이재명은 지난 대선 때 “차별금지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사과해달라”는 성소수자 청년의 외침에 “다 했죠?”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지난해 10월 한국교회총연합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적 대화나 타협이 성숙된 다음에 논의해도 되겠다”고 했다. 이 당은 ‘나중에 사회적 합의’라는 무한 루프에서 헤어나려 하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은 남태령 등 광장을 치켜세우면서도, 주요 참여자들인 2030 여성 등이 의제화하려는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외면한다. 법안 발의 시늉도 하지 않는 정당이 됐다. 와중에 차별과 혐오, 추방과 배제의 세계적 아이콘이자 실행자인 트럼프를 인권과 떼놓을 수 없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6일 이 당은 ‘내란 선전·서부지법 폭동 선동 혐의’로 전광훈을 고발했다. ‘내란 (동조) 세력’과 ‘차별금지법 반대 세력’이 교집합을 이루는 두 개 원이 아니라 같은 한 개 원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면 폭력과 극우화, 차별과 혐오의 흐름은 끊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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