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공사비 분쟁···물가변동 특약 소송전 확산 조짐

2024-11-22

KT가 쌍용건설에 이어 한신공영과도 법정싸움을 시작하면서 건설사들과의 공사비 분쟁 소송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KT의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지난 6월 한신공영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KT측은 도급 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근거로 들며 한신공영이 요구한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신공영은 반소를 제기해 지난 13일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한신공영과 KT에스테이트 간 갈등은 부산 초량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두고 시작됐다. 해당 계약은 당초 공사비 약 520억원에 성사됐지만 한신공영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140여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며 분쟁이 발생했다.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계약 당시보다 현저하게 증가했으니 이를 KT 측에서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KT는 계약서대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체결했으니 지급의무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원재료 인상 등 물가 변동 사항이 생기는 경우 인상분을 반영해 조정해주는 제도를 배제하기로 하는 규정을 말한다. 해당 특약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분을 받지 못해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KT와 건설사 간의 공사비 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T는 지난 5월부턴 쌍용건설과 소송을 진행중이다. 쌍용건설은 2020년 KT 판교사옥 공사를 967억원에 수주해 같은 해 171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다.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쌍용건설도 지난 6월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8월 KT와 쌍용건설의 소송에 대해 조정을 권고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조정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KT에스테이트가 한신공영과도 법적 다툼을 시작하면서 KT의 소송전선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KT는 다른 건설사들과도 같은 문제로 다수의 건설사들과 대립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KT 부지가 포함된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1000억원대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발주처인 KT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건설 역시 KT 광화문 웨스트사옥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 300억원대 공사비 증액을 놓고 KT와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법원이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법원은 물가변동 배제특약 유효성을 인정해 왔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건설사가 모두 떠안는 것은 불공정 거래라고 보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법원은 부산의 한 교회와 시공사 간 소송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로 하는 판결 기조가 과도하게 확대되면 발주처를 위축시켜 오히려 건설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시공사 측에선 천재지변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에 대한 리스크 감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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