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보증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입법예고가 돼도 연내 시행은 힘든 상황입니다. 시행령 적용 후 신보와 보증약정 절차를 다시 밟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금융권과 자금조달 조건을 확정지어야 하므로 연내에 GTX가 착공하기는 힘들 겁니다.건설업계 관계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과 C노선의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지원 한도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조치가 늦어지면서, 시공사와 금융권의 자금조달 협상이 덩달아 미뤄지고 있어서다. 입법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연내 착공이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1월까지 산업기반신용보증을 기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 21일 현재까지 보증 한도를 늘리기 위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투법)의 입법예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입법예고 기간이 40~60일인 점을 감안하면 연내 개정도 어렵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신용보증기금이 1개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보증 한도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까지 민투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구체적인 날짜도 못 박았다.
업계에서는 민투법 개정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GTX B노선과 C노선의 연내 착공도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두 노선은 자금조달 방안을 두고 시행사와 금융권의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금리 조건이 관건인데, 금리를 낮추는 데에는 신보의 보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증액이 늘어나 자금 회수에 대한 리스크가 감소하면 그만큼 금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TX B노선과 C노선 모두 공사에 돌입할 수 있는 다른 조건은 이미 다 갖춘 상황이다. C노선은 2023년 12월27일 실시계획을 승인받았다. 올해 1월엔 착공식도 열었다. B노선도 지난 7월11일 실시계획이 승인됐다. 사실상 모든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B노선과 C노선의 시공을 담당하는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자금 약정만 체결되면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미 공사 시작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면서 "자금조달 문제만 해결되면 바로 다음 날이라도 착공계를 제출하고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민투법 개정이 연내에 완료되기 어려워진 만큼 GTX 착공도 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증 한도가 높아지면 보증수수료는 들겠지만 금리를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 못해도 2%P가량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업자 입장에선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금융권에서는 자금회수 리스크가 줄어드니 착공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시행령 개정을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