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로봇개'로 불리는 4족 로봇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60%인 기업이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위치한 로봇업체 유니트리다. 지난달 25일 방문한 유니트리 본사의 시연장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로봇개가 재주 넘기를 선보이고,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벌떡 일어나서 걷는 동작을 해내자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중국에선 올해 춘절 연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H1' 여러 대가 손수건을 높이 던졌다 받는 '칼 군무'를 선보여 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키 180㎝, 무게 47㎏인 H1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3개월간 훈련시킨 성과였다. 로봇 공연의 인기와 맞물려 춘절 특집 TV프로그램 춘완(春晩) 생방송 시청횟수는 28억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7일 개최한 민영 기업 좌담회에서 유니트리 창립자인 왕싱싱(王興興·35)이 우수 기업가 6인으로 뽑혀 연설도 하면서 중국인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왕싱싱은 대학 때 만든 200위안(약 4만원)짜리 로봇개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창립 9년 만에 유니트리를 기업가치 80억 위안(약 1조6046억원)으로 키워냈다.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유니트리의 4족 로봇은 탐지·정찰·소방 등의 임무에 주로 쓰인다.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며 미국 업체들과 경쟁 중이다. 지난해 나온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 2세대 가격은 대당 9만9000위안(약 2000만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절반 수준 가격이다.

중국엔 로봇 대여 붐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유니트리 등의 성장에 힘입어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대여 붐도 일고 있다. 중국에서 최근 AI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AI 기능을 탑재한 로봇 관련 수요가 덩달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유니트리의 G1을 유료로 대여한다는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다수 올라와 있다.

대여료는 하루 5000위안(약 100만원), 보증금은 추가로 500위안(약 10만원) 선이었다.

판매도 호조세다. G1의 경우, 지난달 12일 유니트리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완판됐다. G1 이전 버전인 H1도 마찬가지였다.
H1의 판매가는 6만5000위안(약 1300만원)이었는데, 곧바로 동났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에선 로봇 관련 취업 시장도 활발하다. 항저우의 명문 국립대인 저장대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39개 기업이 내놓은 1000개 이상 일자리 중 대부분이 AI 및 로봇 관련 직종이었다고 한다.
中업무보고에 '휴머노이드 로봇', AI 단어 첫 등장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기술 용어가 5일 중국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 처음 등장했다.

중국 정부 홈페이지인 중국정부망은 이날 '체화 지능'(물리적 실체를 갖고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로봇, 인공지능(AI) 스마트폰, AI PC 등 단어가 업무보고에 처음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신경보(新京報)도 양회 개막 전인 지난 3일 리징훙 칭화대 교수 등을 비롯해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AI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