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향후 5년간 5개 도시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네이버 창사 이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이자,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를 한국 IT기업의 자체 기술로 구축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연내 중동 지역의 거점이 될 법인을 꾸리고 사업 협력의 폭을 확대할 예정이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네이버 중동 사업 수주 계기부터 기술적 강점, 진척 현황, 후발주자를 위한 현지 노하우 공유 등을 릴레이 인터뷰로 풀어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 ‘영화 매트릭스 성큼’ 사우디 홀린 디지털 트윈
② 외산은 되는데, 이게 뭔 일? 사우디 성과의 역설
③“로봇 때문에 개발한 기술, 사람도 잘 씁니다”
④1~2년 계획을 두 달로…과감한 선제안 통했네
⑤‘도대체 얼마냐’ 디지털 트윈에 꽂힌 VIP들 관심
‘라인(LINE) 메신저’와 ‘웹툰 엔터테인먼트’로 국외 성과를 낸 네이버가 올 한해 사우디 모래바람을 뚫기 위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사우디 주택부에 제공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 매출이 지난 3분기에 처음으로 발생했다. 물론 목표까지는 적지 않은 과정이 남았다. 향후 다양한 기술 수출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공공행정 목적의 공간지능 플랫폼 운영과 이와 연계된 지도 기반 슈퍼앱을 노린다.
네이버가 보는 방향은 지난 3분기 최수연 대표 모두발언에도 잘 나타난다.
네이버랩스에서 미래 성장을 위해 연구 개발해 온 디지털 트윈 기술의 경우, 7월 사우디 주택부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한 후 이번 분기 그 매출이 처음 반영되며 네이버의 미래를 위한 R&D 성과가 해외 수익화로 이어지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사우디에서는 디지털 트윈 사업뿐 아니라 슈퍼앱, AI모델 및 데이터센터 구축 등 폭넓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글로벌 사업기회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공간 AI의 기초가 되는 네이버랩스의 측위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플레이스, 지도, 부동산 등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에서 차별화된 기능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일례로 3분기에는 AI기반 3D 디지털 트윈 솔루션으로 네이버파이낸셜과 함께 현실 공간의 형태와 질감까지 구현한 ‘부동산 VR 매물 단지 투어’ 서비스를 출시하였으며, 서울 및 수도권 5개 대규모 아파트 단지, 50여개의 매물에 우선 적용하며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도 원하는 매물을 편리하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네이버의 다양한 로컬 및 공간 관련 플랫폼에서 공간 AI 기술을 활용한 현실과 가까운 공간 정보와 실시간 플레이스 정보가 제공되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기술 수출을 이끈 핵심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공간지능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다.
지난 9월 네이버랩스는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 기술로 비전(vision)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ECCV 2024의 ▲Map-free visual re-localization ▲BOP 챌린지 두 부문에 도전했으며, 모두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에 주목받은 인프라 기술 중 하나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이 기술을 담당하는 정원조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압도적 기술력 우위’를 짚었다.
로봇이 처음 가는 공간에서 되게 막막해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고자 하는 학계에서 보면 좀 진보적인 챌린지인데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하고자 하는 니즈가 많이 있죠. 그 부분에 있어서 네이버랩스유럽에서 개발한 마스터 모델이 참여했고, 이렇게 얘기해도 될지 조심스럽지만 압도적으로 1위를 했습니다.
저희가 이분야에서 계속 리딩하는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자신감 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BOP는 AR(증강현실)의 핵심적 기술입니다. 카메라의 자세를 빠르게 추정하고 정확하게 수정하는 부분에서 카테고리 6개가 있었는데, 2개 부문에서 1등을 했죠. 정확도와 속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장근창 네이버클라우드 전략&비즈플래닝 리더는 사우디 측에 도시의 3D모델링 프로세싱, 즉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간을 파격적으로 줄여 선제안에 나섰던 기억을 떠올렸다. 사우디 측은 1~2년을 잡고 있었으나, 네이버의 제안은 1개 도시 당 2개월이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한국에서 만들어본 레퍼런스 이런것들로 충분히 선제안을 할 수 있겠다, 리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다가 사우디 주택부에서 우리의 제안을 바잉했고, 그해 10월에 기본 계약을 체결했죠.
AI 기술로 디지털 트윈을 자동 프로세싱할 수 있었죠. 기반 기술로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퀄리티도 좋았고, 한국에서 실증해서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게 또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나중에 공식적 입찰 형태를 띄긴 했어요. 다른 기업들은 솔루션의 기능, 피처를 중점적으로 얘기를 하게 되는데, 저희는 가치를 얘기하고 제안을 잘했던 게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서 어떤 공공적인 효과가 있었고 가치가 있었다 하니, 그쪽도 공공사업이잖아요. 공공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사업 이런 것들이 잘 조합이 됐던 것 같습니다.
공간지능 기술 고도화는 ‘비전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분야는 네이버랩스가 대회 참가보다는 대회 주최를 생각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앞섰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리더) 로봇이 사물의 거리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3차원 공간지능 관련해서는 특별히 잘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잘하는데, 예를 들면 이미지 한 장을 가지고 내 위치를 알아내는 기술 같은 경우는 2019년과 2020년에 2년 연속으로 컴퓨터 비전 학회에서 네이버랩스가 우승을 했습니다. 한 2년 우승하다보니, 그다음부터는 대회 나가는 것보다는 ‘대회를 주최하자’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그래서 대회를 한 번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맵이 없는 환경에서 내 위치를 맞추는 임무가 있었고, 사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어떤 각도로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있었습니다. 3차원 공간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내 위치를 찾아내는 것은 네이버랩스가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엄청 좋은 성적을 학계에서 거두고 있습니다.
위치를 알아내는 매핑 솔루션 같은 경우는 ‘아크아이(ARC eye)’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클라우드에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1년이 좀 넘었는데, 이런 상품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술을 상품화하고 서비스하는 부분에서도 네이버랩스가 제일 빨리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우디 기술 수출을 이끈 계열사 대표들도 향후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놨다. 기업은 물론 공공과 국가 차원의 기술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이어간다.
Q. 사우디 비즈니스에서 네이버클라우드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에 각오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B2B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네이버클라우드 입장에서 이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가 체감되는지, 향후 방향성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오랜 시간 동안 팀네이버 구성원들이 힘들게 쌓아온 경쟁력 있는 기술들이 우리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더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술들이 성공적으로 서비스되어 사우디 기술 혁신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사우디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트윈 외에도 LLM,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비즈니스 아젠다를 논의하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우리의 기술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클라우드를 찾아오는 기업, 국가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요.
최근 AI 주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진 독보적인 AI 기술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우디뿐 아니라 AI 전환이 필요한 국가, 기업들의 기술 파트너가 되도록 많은 투자와 지원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Q. 네이버 본사 입장에서도 사우디 비즈니스의 우선순위가 매우 높아진 만큼, 네이버랩스의 향후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사내 역량을 사우디 비즈니스 관련 기술에 좀 더 집중하는지, 미래 먹거리가 될 첨단 기술 개발 대응에 어떤 고민이 있는지, 그리고 인재 확보 계획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사우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더 큰 글로벌 도전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기술에 국경이 없다는 말처럼, 사우디에서 통하는 기술은 어디서나 통할 것이라 생각하고, 현재 네이버랩스가 보유한 디지털 트윈, 로봇, AR을 비롯한 공간지능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우수한 연구자 확보야 말로 네이버랩스의 첨단기술 개발 그 자체이기도 하기에 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랩스는 연구자 주도의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조직 문화야말로 독창적 기술 경쟁력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네이버랩스는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손꼽을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