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석방됐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주먹 불끈 쥐고 웃는 얼굴로, 화기로 완전무장한 3대의 경호 차량과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구치소 문을 나섰다. 법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어처구니가 없음을 넘어섰다. 그 시간 이후로 필자는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다스릴 자신이 없어 만 하루 동안은 뉴스와 SNS를 끊었다.
하루가 지나니 관련하여 많은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취소 결정에 이어 하루를 넘겨 검찰의 석방 지휘가 나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구속취소 사유에 대한 의문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구속기간의 계산이 그랬다. 분명히 구속 관련한 형사소송법에서는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한다는 조항이 있고 그 조항에 따라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로 70년 이상 아무 의심 없이 ‘날로 계산’했다. 심지어 구속취소를 결정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재판장이 집필에 참여한 형사소송법 해설서에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고 명시된 것으로 확인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결국, 날짜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이 윤석열부터는(아니면 윤석열에게만) 시간 단위로 바뀐다는 재판부 판단은 형사소송법과 충돌하는 명백한 ‘윤석열 계산법’일 따름이다.
이런 결정은 그동안 윤석열(변호인단)이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끊임없이 기도해 왔던 결과물이다. 공수처의 체포영장에 대해 경호처의 물리력을 배경으로 맞서는 것부터 시작해, 체포되자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체포적부심을 신청했고, 영장 신청이 되자 영장실질심사에 변호사 8명과 적극적으로 참석했으며, 마침내 구속되자 구속취소를 청구했다, 문제 제기의 근거는 공수처의 체포와 영장 청구, 구속기소가 모두 불법 절차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고비마다 발목잡기는 극우 집단의 장외 투쟁을 선동해 결집을 가속시키는 기제가 됐고, 급기야는 내란의 증거와 내용 때문이 아니라 절차의 문제로 석방하는 사태까지 나아간 것이다.
자신의 직무를 포기한 검찰
물론 사법부가 구속취소를 내란 무죄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구속취소 결정문에는, ‘(윤석열 측)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을 이유로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고, 이어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는 그동안 행해진 공수처의 체포, 구속 역시 법원의 결정이었기에, 이제는 절차와 과정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이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또 다른 심판이 필요한 새로운 상황이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심판은 당연히 검찰의 항고를 통한 2심에서의 판단이다. 검찰이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 구속기소한 것이므로 1심에서의 구속취소에 대응해 구속기소의 적법성과 정당성, 명확성 등을 확보할 주체로 나서는 것이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하는 검찰의 존재 이유였다.
하지만 검찰은 자신의 직무를 포기했다. 즉시 항고를 포기함으로써, 검찰은 자신의 직무를 유기했고, 결과적으로 내란에 동조했다. 내란 세력과의 동조를 위한 포석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지 않았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 1월 26일 검찰에서 윤석열을 구속기소하려고 할 때, 심우정 검찰총장은 오전부터 전국 고검장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구속기소에 대한 결정을 늦추게 했고, 이번 구속취소에 대한 항고 포기에서는 전국 고검장 회의와 같은 내부 과정 없이 대검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절차적 적법성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며 윤석열 측이 물고 늘어지고 있기에 이게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대비해, 구속기간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안전하게 계산해서 여유 있게 구속기소를 해야 했다. 더구나 구속취소 결정에 대응해서는, 이미 검찰 수사관 시험문제에서도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는 것이 정답이었을 만큼 이 문제는 명확하기에, 1심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 항고를 통해 2심에서 새로운 결정을 이끌어냈어야 했다. 어쨌든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순간부터 예견되는 사항에 미리 대비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고, 구속취소가 일어난 이후에도 다시 바로잡을 기회 역시 스스로 포기했다.
위헌 운운하며 항고 포기한 검찰
일선 검사들에게는 “날로 계산”
그러자 엉뚱하게도 윤석열의 석방은 정치 사회적으로 또 다른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다. 여론조작과 공천개입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는 명태균부터 구속취소를 제기하려 한다는 보도도 있고, 수많은 구속자가 자신의 구속도 취소돼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도 직면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의 끊임없는 발목잡기 법 기술이 법원에서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나오도록 유도했고, 검찰까지도 항고의 위헌 가능성 운운으로 항고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결론이 나오도록 했다. 대검은 일선 검사들의 구속기간 계산법에 대한 항의성 문제 제기에 ‘날로 계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검찰이 윤석열을 구속취소한 1심 재판부의 판단에 항고하지 않고 포기한 것이기에 종전대로 하라는 지침은 스스로 불법을 자행하는 꼴이다.
사법 시스템이 동네 계 모임의 규칙보다 못한 꼴을 드러내고 있다. 실패한 친위 쿠데타가 결국 사법 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복귀를 노리려는 어처구니없는 과정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이다. 답은 하나밖에 없다. 깨어있는 시민의 결집된 힘!
김형근 ‘바꾸자울산’시민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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