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리서치 센터 규모를 줄이고 있다. 국내 증시 부진으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비용 부담이 커지자 효율화를 명분으로 슬림화를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A증권사는 올해 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수를 3명 줄였다. 그 결과 2019년 말 45명이던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는 이제 33명까지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애널리스트 수가 10명 이상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팬데믹 기간 부서 규모를 키우며 한때 기업 담당 애널리스트 수가 40명을 넘었던 B증권사 역시 지난해부터 인원을 줄이고 있다.
중소형 상장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스몰캡’ 축소는 더 심각하다. 증권사 중 스몰캡 담당 인원은 한 명만 존재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C증권사의 경우 2022년 하반기에 스몰캡 담당 인원이 퇴사한 이후 지금까지 충원하지 않고 있다.
상장기업 분석 보고서 수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인력 감소로 빠르게 불어나는 상장기업 증가 속도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올해 증권사가 발간한 기업 분석 보고서가 없는 상장사 비중은 5년 내 최고치인 59.96%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서치 센터 내 기업 분석 부서를 강화할 유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일정 수수료를 받고 기업 보고서를 발간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 내 리서치 센터의 수익성이 높지 않다. 팬데믹 기간 국내 증시가 호황일 때는 거래 활성화로 잠시 기업 담당 애널리스트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국내 증시 부진과 더불어 미국 주식 투자가 인기를 끌자 다시 비용 부담이 커졌다. 투자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유튜브 등으로 다양해진 점도 악재다.
인재 유출도 심할 수밖에 없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애널리스트 보고서 수요 기관이 많기 때문에 보고서의 질 향상을 위한 기관 차원의 지원(애널리스트 역량 강화, 연봉, 시스템 등)이 잘 돼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자산관리(WM)·투자은행(IB) 쪽으로 직원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