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이 86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80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14일 발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158.55% 급증한 12조 100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D램에서만 6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되살아난 반도체(DS) 부문이 ‘깜짝’ 실적을 견인한 덕이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일으킨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등 부진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호재가 더해져 내년에는 2018년 이후 8년 만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반도체가 모처럼의 호기를 맞았다. 하지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호황 사이클에만 기댄 ‘천수답’ 구조에 안주한다면 역대급 실적도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빅사이클에 제대로 올라타려면 경영에 숨통이 트인 지금 경영 혁신과 초격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법제도의 뒷받침이 반드시 동반돼야 하지만 국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180일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심사 끝에 이날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된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인프라 구축, 세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이 빠진 ‘반쪽 짜리’다.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 때문에 그나마 법안 처리도 다음 달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립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 미 브라운대 교수는 혁신에 기반한 창조적 파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요건임을 입증했다. R&D를 위축시키고 혁신을 가로막는 경직된 노동 규제는 K반도체 부활과 성장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국회가 주52시간 예외 적용을 인정하는 반도체특별법을 속히 통과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